7개월 연재를 하면서 신성일에게 수차례 이런 소리를 들었다. 한국 최고 영화배우의 분신이 됐다니, 정리를 맡은 기자로선 영광이다. 그는 “매일 신선한 회를 뜨는 듯한 기분으로 하자”며 구술을 매일 한 회치 쓸 분량씩만 던졌다. 정리자인 나로선 처음 시도하는, 대단히 아슬아슬한 연재 방식이었다. 대신 완성도는 어느 정도 챙길수 있었다. 그가 과거 어떤 식으로 자신의 일에 임했는가를 알 수 있었다.
내가 본 신성일은 우선 진짜 남자다. 74세인 그의 이두박근은 힘이 들어가면 아직도 ‘말발굽’ 모양이 새겨진다. 어깨의 삼각근과 승모근도 그대로 살아 있다. 직접 만져보면 더욱 놀라게 된다. 난 그의 옆에 나란히 서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다. 외모 때문이 아니다. 내 초라한 근육이 70세 노인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특히 여자들에게 비교당하기 싫다.
노인 중 이 정도의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별로 없을 것이다. 술·담배를 안 하고, 매일 달리고 운동하고, 책 읽으며 육체와 정신의 균형을 수십 년째 지켜 온 결과다. 2년간의 수감 시절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요로건 강법’에 따라 매일 자신의 오줌을 마셨다.
그는 시비가 붙으면 누구와도 한판 붙는 스타일이다. 젊은 시절 때리기도 하고, 얻어맞기도 했다. 지금의 젊은 남자들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문제 해결 방식이다. 이 역시 정면돌파다. 그는 고집쟁이다. 엄앵란은 그의 성격을 두고 ‘꼬장꼬장하다’라고 표현한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윗선에 무릎을 꿇지 않아 공천을 받지못했다. 자신이 인정하지 못하는 대상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권력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손해가 막심했다. 한편으로 자신이 가질 수 없는 대상에 대해선 포기도 엄청 빠르다. 미련을 두지 않는 것이다. 평소엔 엄청난 자존심으로 사람을 대하면서도 자신이 인정하는 사람에겐 간도, 쓸개도 다 빼주는 ‘모순’을 갖고 있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인간이면서 자유인이 되기를 원한다.
‘야망·자기관리·규칙·자유인·로맨티시스트’란 단어들이 한 인간안에 이토록 극명하게 공존할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그래서 그는 남자들의 로망이 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