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모터를 배정받았거나 실력있는 입상 후보들이 막상 실전에서는 소극적인 스타트와 전술로 순위권 진입에 실패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믿었던 선수들이 눈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봐야하는 경정 팬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대표적인 경우는 11월 10일 3경주에 출전한 김정구(39·2기)다. 그는 최상급 모터와 1코스를 배정받아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다. 9일 지정훈련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수요경주에서도 연속 입상을 일궈내 축으로 평가됐으나 0.39초의 늦은 출발로 착순권 진입에 실패했고 쌍승식 25.2배가 터져 원성을 샀다. 이어진 4경주에서도 변수가 이어졌다. 상급 모터를 장착한 홍기철(29·9기)의 선전이 기대됐지만 역시 스타트가 늦었다. 0.42초로 출발순위 5위를 기록했고 1턴 마크에서는 실속해 전복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9일 2경주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서지혜(29·3기)가 우승 후보로 지목됐지만 스타트에 실패했다. 0.44초(출발순위 6위)로 1턴 경쟁에서 밀려 쌍승식 74.8배의 고배당의 빌미를 제공했다.
최정상급 선수들도 어이없게 부러진다. 2일 11경주에서는 강자 김민천(35·2기)이 축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0.32초의 밋밋한 시속으로 아웃코스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강축이 부러지면서 쌍승식 34.8배로 경주가 마감됐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경주사업본부와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신뢰감은 급격하게 떨어질수 밖에 없다. 경주 추리시 기준점을 잡지 못해 흥미가 반감되고 결과 또한 좋지 않으면 실망감은 배가 되면서 결국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경정팬 류 모(48)씨는 “경정도 경륜처럼 입상 후보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실격·퇴소 시키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선수들의 ‘보신주의’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번시즌 김종민·어선규 등 리그 최고급 강자들이 플라잉으로 출전 정지를 당하면서 플라잉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경정 선수들이 프로인 만큼 최선을 다한 승부를 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안위에만 목표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임병준 쾌속정 전문위원은 “선수들의 프로의식 부재는 경정 발전의 심각한 마이너스 요인이다”며 “태만 경주, 고의적인 스타트 실패 등에 관해 제도적으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