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표 KIA 운영팀장은 4일 "윤석민이 광주에 내려왔다. 오늘은 건강검진을 받는 날이어서 식사를 할 수 없으니 내일(5일) 만나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KIA와 윤석민이 사실상 처음으로 협상테이블을 차리는 것이다.
양측은 지난해 말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금액이 오가지는 않았다. 다만 선동열(KIA 감독) 이후 20년 만에 투수 4관왕을 차지한 윤석민과 지난해 팀 성적(4위)에 따라 선수들 연봉을 책정해야 하는 구단의 온도차는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윤석민의 희망액은 8년차 역대 최고연봉인 4억1000만원(2002년 삼성 이승엽)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봉 1억9000만원에서 두 배 이상의 인상을 바라는 것이다. 17승 5패, 탈삼진 178개, 평균자책점 2.45의 눈부신 성적에다, 지난해 연봉협상에서 두 말 없이 3000만원 삭감을 받아들인 점도 목소리를 낼 만한 요인이다. 게다가 시즌 MVP 등 각종 상을 휩쓸었고, 해외진출을 포기한 점도 참작되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 KIA는 "고과에 따라 합리적인 액수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윤석민이 이미 고액 연봉자에 속하는 만큼 100% 안팎의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KIA의 제시액은 4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만약 KIA가 2009년처럼 우승을 했다면 연봉 총액이 20% 정도 올라 윤석민에게 돌아갈 몫도 더 많이 늘어났겠지만, 지난해 팀 성적으로는 파이가 5% 정도밖에 커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나름의 명분이 각자 있기에 협상은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오현표 팀장은 "석민이와 만나 진솔하게 얘기해 보면 분위기가 다를 것이다. 구단은 합리적인 설명을 할 것이고, 석민이도 납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현표 팀장은 "지난해 윤석민의 활약은 고과로만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팀 공헌도가 워낙 컸다. 그밖에 다른 부분(타이틀·각종 시상)도 고려해서 연봉을 책정할 것"이라며 "윤석민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이 부분을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