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리의 용이 2012년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 선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39·한화)가 드디어 국내 마운드에 오른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36·삼성)은 8년 만에 한국 팬들 앞에서 홈런을 노린다. 국가대표 4번타자 김태균(30·한화)은 국내 최초 연봉 15억원 선수의 위용을 과시할 태세다. 또 팬들은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33·넥센)의 역동적인 투구 자세를 목동구장에서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2012년 한국 프로야구는 흥행 호재를 맞았다. 미국과 일본 무대를 누비던 네 명의 특급 선수들이 만들어 갈 명장면들. 이들의 투구 하나, 타석 하나가 한국 야구의 새로운 역사가 된다. 지난해 정규시즌 680만9965명, 포스트시즌 31만7413명으로 총 712만7378명의 관중을 동원한 한국 프로야구는 올해 800만 관중까지 넘보고 있다.
그동안 TV 중계를 통해 안방에서 응원을 펼치던 팬들은 이제 국내 야구장에서 박찬호·이승엽·김태균·김병현의 이름을 시원스레 외칠 수 있다. 팬들의 발길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일 해외 복귀파들의 4인4색 매력을 들여다보자.
박찬호, 향수에 빠진다
1990년대 후반 청소년 야구 팬들은 학교에서 선생님의 눈을 피해 '박찬호 등판 라디오 중계'를 들었다. 박찬호는 대부분 '수업시간'에 공을 던졌다. 미국과의 시차 탓이었다. 참을성 없는 학생 팬들은 라디오를 통해 박찬호 등판경기를 들었다. 쉬는 시간이면 박찬호의 투구내용이 화두에 올랐다.
'박찬호 향수'를 안고 있는 그 청소년 팬들은 이제 '티켓 파워'를 지닌 성인이 됐다. 마침 박찬호가 한화에 입단했다. 과거 팬들을 설레게 했던 시속 160㎞의 '라이징 패스트볼'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아시아인 최다승(124승) 투수의 경험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야구 하나만으로 수천억 원을 벌어들인 성공 신화도 썼다. 라디오로 듣고 머리 속으로 그리던 박찬호의 모습을 이제 국내 구장 관중석에서 지켜볼 수 있다.
이승엽, 라이언킹의 포효
2003년 9월25일 광주구장 외야석에 잠자리채가 등장했다. 이후 이승엽이 경기를 펼치는 장소마다 '잠자리채 부대'가 떴다. 이승엽의 홈런 공을 잡기 위해서였다. 그 해 이승엽은 56개의 아치를 그리며 한 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 신기록을 달성했다.
2004년부터 이승엽은 '일본프로야구 선수'로 활약했다. 8년 동안 일본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이승엽은 여전히 팬들에게 '국민타자'로 각인돼 있다. 그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한국 최고 타자의 위용을 과시했다. 일본 타자들이 탐내는 '요미우리의 4번타자'로 활약할 때는 국내 팬들까지 뿌듯해했다. 부진으로 인해 1·2군을 오갈 때는 위로를 전했다.
'국민타자'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324개에서 멈춰있던 이승엽의 한국 무대 통산 홈런 시계가 다시 움직인다. 2011년 홈런왕이자 팀 후배 최형우(29)와의 조합도 관심거리다.
김병현, 핵잠수함의 한국 상륙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 김병현은 성균관대 재학 중이던 1999년 미국 애리조나에 입단했다. 계약금은 225만 달러. 아직까지도 미국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최고 계약금으로 남아 있다. 애리조나의 김병현은 화려했다. 그는 2001년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라 팀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마무리 투수로 나서며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의 '업슛'은 메이저리그가 인정하는 구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후 구단과의 불화, 팬과의 마찰 등으로 흔들렸고 구위도 떨어졌다. 팀을 옮겨다닌 그는 결국 2009년을 무적신분으로 보냈다. 2011년 일본 라쿠텐에서도 2군에서만 머물렀다. 그런 그가 2012년 벽두, 극적인 넥센 입단 소식을 전했다. 한국형 핵잠수함의 국내 무대 상륙. 역동적인 폼에 수많은 사연을 담은 그의 공에 팬들의 시선이 모인다.
김태균, 연봉 15억 사나이
김태균은 친근하다. 가벼운 농담으로 팬들을 대하고, 그라운드에서도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웃음을 안긴다. 하지만 4번타자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실력과 매너를 동시에 지닌 거포. 김태균은 2010년 일본 지바 롯데로 진출해 일본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됐다. 2011년에는 부상과 힘겨운 환경에 고민하다 계약해지를 택했다.
짧은 시간 동안 환희와 좌절을 동시에 겪은 김태균은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연봉 10억원을 돌파하며 화려하게 한국 무대로 복귀했다. 김태균은 최근 "책임감을 느낀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2009년 WBC에서 한국 대표팀의 4번타자로 나설 때의 의지와 꼭 닮아 있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김태균이 이승엽·최형우와 함께 홈런왕을 다툴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이 벌일 홈런 레이스는 2012년 프로야구 최대의 흥행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