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식이 상팔자라고 누가 말했던가. 잘 낳은 아들·딸 덕분에 웃음꽃이 폈다. 데뷔 후 스포트라이트 한 번도 받지 못했던 아버지부터 초콜릿 복근 말고는 특별한 개인기 하나 없던 아버지까지, 모두 '붕어빵 주니어'들을 공개한 후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
자녀와 함께 동시에 방송에 출연했던 배우 정은표는 데뷔 22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안방극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며 2세들의 얼굴 공개를 꺼려했던 것은 이제 옛 말.
각 방송사마다 스타들의 주니어들이 맹활약하며 아버지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고 있다. 일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미혼 연예인들의 결혼관에 불을 지핀 대표 연예인 아빠 다섯 명을 선정했다.
▶ 정은표(46)-아들 지웅(10)·딸 하은(8)
이제는 '정은표'라는 이름 석자보다 '지웅이·하은이 아빠'라고 불리는 게 익숙하다. 올해로 데뷔 20년이 넘는 중견배우지만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보다 아들·딸의 이름이 더 알려졌다. SBS '스타주니어쇼-붕어빵'(이하 붕어빵)에서 화목한 식구들을 공개하며 훈남 아버지의 최고봉 자리에 올라섰다.
특히 아들 지웅이가 아이큐 160을 넘는 상위 1% 영재로 밝혀져 어머니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최근엔 육아 비법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자 관련 책을 직접 쓰는 등 자식들 덕에 데뷔 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붕어빵' 출연 후 드라마 캐스팅 제의가 끊이지 않았고 현재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에선 상선 내관 형선 역을 맛깔나게 소화해 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아이들과 허물없이 놀아주는 모습 등이 호감으로 작용했다. 자식들을 공개한 후 그 누구보다 가장 좋은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 염경환(42)-아들 은률(8)
입이 딱 벌어지게 닮은 아들 은률이 덕에 경쟁이 치열한 토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붕어빵')에 명함을 내밀었다. 1993년 SBS 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지만 그동안 좀처럼 출연 제의조차 받지 못했던 게 사실.
하지만 재간둥이 아들 덕분에 4년 만에 친정 방문이 성사돼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개그맨이지만 웃음보다 진지함이 더 강했던 염경환에게 은율이는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아빠는 머리가 크고 생각이 작다' '죽은 생쥐를 가지고 놀았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등 '4차원 개그감각'으로 스튜디오를 휘젓고 있다. 아빠의 부족한 부분을 아들이 훌륭하게 메꾸고 있는 것. 최근엔 아내 서현정씨도 함께 출연하는 등 가족들이 모두 예능 나들이에 나서 잘 키운 아들 덕을 톡톡히 봤다.
▶ 정웅인(41)-딸 세윤(5)
인형 같은 딸 덕분에 할리우드 톱 배우 톰 크루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톰 크루주 딸 수리를 꼭 빼닮은 딸 세윤이의 모습이 인터넷에 공개된 후 네티즌들의 극찬이 이어졌다. 조각같이 예쁜 수많은 스타 주니어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정웅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는 1996년 데뷔 후 '세남자' '돈텔파파' '두사부일체' 등 시트콤과 코믹 영화에 주로 출연했다.
때문에 가벼운 이미지가 커서 역할에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딸의 모습이 공개된 후 부드럽고 훈훈한 이미지가 가미되며 캐스팅의 폭을 넓혔다. 최근에는 KBS 특별극 '아모레미오'에서 딸이 원하면 무엇이든 해주는 아버지로 나오며 실제와 연기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호평을 받았다.
▶ 이정용(43)-아들 믿음(8)·마음(6)
40대 몸짱 방송인이라는 타이틀 말고는 내세울 게 없었다. 가수 비도 울고 갈만큼 우락부락한 근육을 만들어 '비정용'이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40대 아주머니들의 마음만 흔들었다. 1993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 주로 '야인시대' '아이리스' 등에 출연했지만 맡은 배역이 악역이라 '비호감'쪽으로 흘렀다.
하지만 영특하고 어른스런 아들 믿음이와 마음이를 공개한 후 인생이 달라졌다. '붕어빵'에서 우유부단함과 앞뒤 말이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함이 점잖은 아들의 모습과 대비돼 시청자들의 배꼽사냥에 성공했다.
1995년 MBC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그동안 특별한 대표작 하나 없었지만 두 아들의 힘을 받아 무려 17년여 만에 본업인 개그맨의 몫을 다했다. 지난해에는 가족 뮤지컬 '피터팬'에 믿음이와 함께 무대에 올라 초등학생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 김구라(42)-아들 동현(15)
인터넷 방송에서 암울한 시절을 보내던 김구라가 지상파 방송 출연을 위해 내세운 첫 번째 무기는 아들이었다. 손발이 척척 맞는 아들 동현이와 함께 예능 프로그램 나와 기존의 '욕하는'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한때 '동현이가 돈을 벌어온다'고 당당히 말했을 정도로 아들의 활동도 종횡무진했다. 동현이는 이후 '스타 골든벨' '절친노트' '돌아온 뚝배기' 등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아버지 못지않은 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김구라가 안정적으로 지상파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에는 빼어난 입담에 있었겠지만 아들 동현이의 역할도 컸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광고계 관계자는 "김구라를 단독으로 쓰기에는 부담이 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아들과 함께 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며 "이경규가 딸 예림이와 함께 촬영했던 것처럼 부자지간의 화목한 모습은 구매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