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재건을 내세운 선동열 KIA 감독의 계획이 어그러지고 있다. 마무리 후보로까지 기대됐던 좌완 알렉스 그라만(35)을 내보냈고, 이어 좌완 선발 양현종(24)이 어깨 부상으로 애리조나 캠프에서 7일 중도 귀국했다. '좌완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선 감독이 기존의 좌완 전력마저 잃어가고 있다.
KIA는 "양현종의 어깨 통증이 나아지지 않아 국내 재활군에서 훈련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정밀검진을 받게 한 뒤 재활훈련 스케줄을 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KIA는 "검진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개막전 출전은 어려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양현종은 지난해부터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크게 악화된 것은 아니지만 나아진 것도 아니어서 미국의 조브 클리닉에 검진을 의뢰했다. 조브 클리닉은 '피칭을 멈추고 재활훈련을 하라고 권유했다.
시즌 전부터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선 감독이 중시하는 부분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선 감독은 지난해 말부터 '좌완 강화'를 외쳤다. 지난달 말 캠프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좌완 선발이 둘, 좌완 불펜이 하나였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KIA 마운드의 왼축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선 감독은 "KIA의 투수 자원이 좋아 부상자 한 둘이 나와도 마운드 높이는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여왔다. 그러나 좌완 1·2번 투수가 동시에 이탈하자 KIA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동요하고 있다.
선 감독은 삼성 시절부터 좌완·외국인 선수 복이 없었다. 2005년 부임 직후부터 최강 마운드를 구축했지만 외국인 투수가 에이스인 적이 없었다. 거의 유일한 좌완 불펜 권혁은 기복이 심했고, 좌완 선발은 후보조차 마땅히 없었다. 삼성은 2009년 시즌이 끝난 뒤에야 거액(30억 원)을 주고 장원삼을 트레이드 해왔다.
당시의 '학습 효과'로 선 감독은 KIA 지휘봉을 잡자마자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좌완 외국인 선수 두 명을 영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현종을 비롯해 박경태·심동섭등의 기존 왼손들의 성장을 기대해서였다. SK로부터 언더스로 정대현, 좌완 이승호 등 FA(프리에이전트) 매물이 나왔지만 모른 척 했다.
그러나 불운이 이어졌다. 매년 외국인 투수 스카우트에 성공하는 KIA 구단이지만 좌완 두 명을 영입하진 못했다. 그나마 하나 데려온 알렉스는 불펜 피칭 한 번 하고 캠프를 떠났다. 양현종이 정상 피칭을 하기까지는 3개월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약점은 더욱 커졌다. 선 감독의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