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이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김상기(32)·박준범(24)·임시형(27·이상 KEPCO)·최귀동(28·상무신협)을 영구제명했다. 자진신고한 홍정표(27·삼성화재)에게는 일시적 선수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승부조작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 뜻을 밝힌 것이다.
KOVO는 13일 오전 서울 상암동 KOVO 대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선수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논했다. 한 시간 여의 회의 끝에 결론이 났다. 박상설 KOVO 사무총장은 "프로배구 규약 122조에 의거해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상기·박준범모·임시형·최귀동을 영구제명하기로 했다. 자진신고한 홍정표는 일시적 선수자격정지 처분을 내리고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 은퇴 선수들은 KOVO 이사회와 상의해 향후 KOVO 관련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시형과 박준범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태다. 하지만 KOVO의 입장은 강경하다. 박 총장은 "네 명의 선수에 대해서는 대구지검으로부터 혐의를 확인했다. 이미 배구계에 큰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6월 다른 종목에서 승부조작 문제가 불거졌을 때 KOVO는 자체교육을 했고, 결의서와 각서를 받았다. 강력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광호 상벌위원장은 "한국 배구가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 강경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시적 선수자격정지보다 강한 영구제명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홍정표는 검찰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선수자격이 정지된다. 검찰 조사에서 혐의가 드러나면 그도 영구제명 조치를 당할 수 있다. 박 총장은 "각 구단에 '선수들에게 15일까지 자진신고를 받으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진신고를 해도 '선처'를 받을 수는 없다. 박 총장은 "배구판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자진신고를 한 선수도 혐의가 드러나면 엄중조치할 것이다"라고 했다.
KOVO는 상무신협 선수들의 추가 구속에 대비하고 있다. 박 총장은 "상무신협에서 최 씨를 제외한 2~3명의 선수가 더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말을 들었다. 군 출신 변호사를 연맹차원에서 선임해 자세히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