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현(31)과 염기훈(30)의 인생은 닮았다. 둘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3위에 그치며 군면제 혜택을 받지 못했다. 김두현이 잉글랜드 웨스트브롬위치(WBA)에 진출했을 때 염기훈도 입단테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2010년 수원에서 FA컵 우승컵을 함께 들어올렸고 1년 차이로 경찰청에 입단했다. 닮은꼴 인생을 살아온 둘을 18일 경찰청이 훈련 중이던 순천에서 만났다.
▶도하의 악몽
둘의 첫 만남은 중동의 침대축구로 악몽이 됐다. 2006년 K-리그 신인왕을 받은 염기훈과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김두현이 포함된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막강했다.
김두현은 "멤버가 정말 좋아 금메달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 했다. 박주영과 정조국, 이천수, 김동진 등이 대표팀에 있었다"고 떠올렸다. 당시 한국은 파죽지세였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3연승을 거뒀고, 8강에서 숙적 북한을 3-0으로 완파했다. 그러나 4강에서 한수 아래로 평가 받던 이라크에 발목을 잡혔다.
염기훈은 "선제골을 먼저 내주고 끌려갔다. 이라크는 먼저 골을 넣고 전반부터 침대축구를 했다"며 치를 떨었다. 김두현도 당시를 생각하며 "노련한 선수가 많았지만 무언가 뒤에서 당기고 있는 느낌이었고,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닮은꼴 인생
군면제를 놓친 둘은 비슷한 길을 걸었다. 정확히 김두현이 갔던 길을 염기훈이 그대로 밟았다. 김두현은 2008년 1월 WBA에 입단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뒤 염기훈이 입단테스트를 받기 위해 버밍엄으로 넘어와 다시 만났다. 김두현은 "당시 감독에게 기훈이와 (기)성용이 (이)청용이를 추천했었다"고 떠올렸다.
"군대만 아니었어도 잉글랜드에서 더 뛸 수 있었다"고 말한 김두현은 2009년 한국으로 돌아와 수원 삼성에 입단했다. 염기훈도 소속팀 울산과 갈등으로 해외진출이 좌절됐다. 그리고 2010년 염기훈이 수원으로 이적하며 프로팀에서 처음으로 함께 뛰었다. 김두현은 "그해에 둘 다 부상으로 고생을 많이했다. 하지만 부산과 FA컵에서 기훈이의 골로 우승한 것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김두현은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경찰청에 입대했다.
▶A대표팀에서 다시 만나기!
그리고 1년 뒤 김두현은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염기훈은 경찰청에 입단했다. 김두현은 닮은꼴 인생 이야기에 놀라며 "경찰청에서 첫 국가대표를 내가 했으니 기훈이가 따라올 차례다"며 웃었다. 염기훈도 "경찰청 입단 초기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고생한 것도 두현이 형과 닮았다. 이제 몸관리 잘해서 대표팀에 승선하겠다"고 다짐했다.
둘은 월드컵과 인연도 좋지 않다. 김두현은 "나는 예선용이다. 본선에 진출시켜 놓고 꼭 월드컵에서는 벤치만 지켰다"고 했다. 염기훈도 월드컵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을 감싸쥐었다. 2010년 아르헨티나전 실수가 생각나서다. 둘은 "2014년 월드컵에서 함께 뛰는 것이 목표다. 그때는 주역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