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친 KIA는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2차 훈련을 치르고 있다. 오키나와 훈련 이틀째인 20일에도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타자들은 "공중 부양해서 공을 때리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KIA는 22일 일본 주니치전을 시작으로 일본·국내 팀과 13차례 평가전을 한다. 이 기간 타순 등 공격 옵션이 정해질 예정이다. 이용규(27) 신종길(29)의 테이블 세터와 3번 안치홍(22)까지는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다. 2·3번이 안정을 찾으면 이범호(31)가 4번에 배치될 전망이다.
KIA가 오키나와 캠프에서 실험할 타순은 5번이다. 중심타선의 마지막 퍼즐은 김상현(32)의 활약 여부에 따라 맞춰진다. 이순철 KIA 수석코치는 "상위 타순이 잘 구성되면 5·6번에 김상현이나 나지완(27)을 배치하면 된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5번 타순 이후로는 구상이 끝나지 않았고 김상현이 나지완 등 다른 타자들보다 우선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겨우내 체중을 10㎏ 이상을 줄여 9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나지완의 컨디션도 좋다.
김상현은 "타순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내 컨디션을 유지해 2009년처럼 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허리, 왼 무릎, 오른 발목 등 부상 탓에 지난 2년간 말끔한 몸으로 타석에 선 적이 거의 없다. 지난해 7월 말에는 투구에 맞아 안면골절까지 당했다.
김상현은 "아직까지 아픈 곳은 없다"며 웃으며 말했다. 지난 2년 동안엔 캠프 기간에도 잔부상을 달고 다녔지만 올해는 다르다. 이순철 수석코치의 조언에 따라 김상현은 유인구를 기다리고, 우측으로 밀어치는 타격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2009년 홈런(36개) 타점(127개) 1위에 올랐던 그는 올 시즌에는 홈런왕 후보에서도 이름을 감췄다. 김상현은 "홈런왕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는 '해결사'라는 얘기를 다시 듣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2009년 KIA를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 때 얻은 '해결사'라는 별명을 애지중지한다.
타순뿐 아니라 수비 포지션 욕심도 버렸다. 팀 무단이탈로 캠프에서 빠진 최희섭(33) 대신 그는 1루수 미트를 끼고 평가전에 나서고 있다. 최희섭이 돌아올 경우 포지션이 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수비위치가 3루수(2009·2010년)→좌익수(2011년)→1루수(2012년)로 자주 바뀌었어도 그는 "예전에도 자주 떠돌아서 괜찮다"며 웃어보였다. 지난해 이범호의 영입으로 3루를 내주고 외야로 밀렸을 때 아쉬워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타순과 포지션 욕심을 모두 버린 김상현이 되찾고 싶은 건 '해결사' 명함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