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산과 관련된 많은 책을 펴냈습니다. 이번 '세계 명산·유적 일주기'는 '1000명산 견문록'의 해외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내 산행 전문가인 유정열 관동산악 연구회장(www.guidesan.com)이 또 다시 역작을 선보였다. 지난 7일 발간된 '세계 명산·유적 일주기'(도서출판 관동산악연구회 펴냄)가 그것이다. 유 회장은 "지난 1992년 일본 북알프스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세계 50여곳의 명산과 100개가 넘는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이 책은 이런 등정기와 함께 그동안 갔다 온 도시들과 유적들에 대한 답사기"라고 소개했다.
1970년대에 등산에 매료된 유회장은 1980년대, 교육 공무원을 하면서 산을 좋아하는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이 참여한 관동산악연구회를 조직해 지금까지 이끌어 오고 있다. 관동산악연구회는 산만 오르는 다른 산악회와 달리 자연 보호 운동, 연구 등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유 회장은 "이 책은 20여년에 걸친 여행길에서, 내가 발견했던 세상의 좋고, 옳고,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기록을 정리한 것이다"며 "세상 이곳저곳에서 발견한 가치로운 것들을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답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표현하여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발간 소감을 밝혔다. 계속 해서 유회장은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또 다른 세상에 대해 더 알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계 명산·유적 일주기'에 실린 산은 50곳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강산·백두산·한라산은 물론 중국 불교의 성지와 같은 아미산, 주자가 이상향으로 꼽은 무이산 등이 있다. 아시아를 넘어서는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북미의 매킨리, 남미의 아콩콰가 등이 포함돼 있다. 1992년 백두산을 시작으로 지난 해 캐나다 록키산맥까지 20년 동안 다녔던 전세계 이름난 산이 모두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유 회장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50곳의 해외 명산을 담은 책은 없다고 한다. "영국의 한 산악인이 30여개의 해외 명산을 담았던 책이 한 권정도 있을 뿐입니다. '세계 명산·유적 일주기'가 가장 많은 해외 명산을 담은 책입니다." 그만큼 이책에 대한 유회장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게다가 나일강을 비롯해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 아름다운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니치아, 우간다의 챔팬지 보호구역 등 유명한 도시나 휴양지, 국립공원등도 함께 실었다. 각 지역 산이나 도시마다 주변의 가볼만한 곳도 간략하게 실어놓아 여행 안내서로도 손색이 없다.
유 회장은 '세계 명산·유적 일주기'도 이미 출간된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유회장이 그동안 책을 쓰면서 지켜온 기조를 그대로 담았다. 등산 경로의 도식적인 나열이나 산에 대한 단순한 감흥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해당 산에 얽힌 유래와 역사, 산과 관련된 철학과 문학 등의 해박한 지식을 풀어 놓았다.
전세계를 누비면서 유회장은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남미의 아콩콰가 등정 때. "산을 쉽게 봤다고 할까요. 짐을 모두 가이드에게 줘버리고 간단하게 배낭만 메고 등정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앞이 안보일 정도로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산 중턱에서 고립이 되버렸죠. 우비조차 가지고 가지 않은 탓에 온 몸이 눈에 젖어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3시간을 떨다 겨우 구출돼 베이스 캠프에 돌아와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그때 유회장은 산악인 엄홍길씨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미리 이야기를 들은 엄홍길씨가 베이스캠프에서 불을 지펴놔 겨우 몸을 녹일 수 있었다는 것. "한시간만 더 늦게 구조됐으면 아마도 지금 이 세상에 없었을 것입니다."
유 회장은 그동안 산에 대한 정보와 산악관련 서적이 보편화 되지 않았던 시절 '우리 산 길잡이'등을 펴내면서 등산의 대중화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도에는 '한국 600명산 탐방기' 2009년 '한국 800명산 탐방기'를 펴냈고 지난 2010년에는 '한국 1000명산 탐방기'를 내놓았다. 지난 해에도 '한국 1000명산 견문록'을 펴내 '한국의 산악도감'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가격 3만3000원. 02-877-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