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예정된 지난 22일 목동구장. 선발로 예고된 심수창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그라운드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경기가 우천 연기될 것 같아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전날 경기에 이어 또다시 등판이 밀리는 건 선발 투수로서 달갑지 않은 일이다. 결국 경기는 심수창의 바람과 달리 연기됐다.
올 시즌 10승을 목표로 세운 심수창은 "잘 던지든 얻어맞든 빨리 한 경기라도 더 나가는 게 좋다. 몸 상태도 다 맞춰놨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다른 투수들이 두세 번씩 나가는 동안 난 한 번밖에 못 나갔다"고 덧붙였다.
심수창은 시즌 초반부터 세 차례나 비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 10일 목동 홈 개막전이 비로 연기되는 바람에 등판이 늦어졌고, 선발로 나갈 예정이었던 21일과 이날도 우천 연기로 입맛만 다셨다. 개막 2주 동안 심수창이 마운드에 오른 건 5이닝 3실점한 지난 15일 대구 삼성전이 유일하다. 그는 "비가 오는데 어쩔 수 없죠, 뭐. 다음을 기약해야죠"라고 말했다.
넥센은 나이트, 문성현, 강윤구, 밴 헤켄, 심수창의 5선발 로테이션을 돌리고 있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이 중 팀내 1선발 나이트에겐 나흘 휴식 뒤 5일째 등판을 지켜주고 있다. 비로 경기가 연기돼도 나이트는 더 쉬지 않고 일정대로 등판한다. 5선발인 심수창은 등판이 뒤로 밀리거나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심수창에겐 비와 관련해 안 좋은 기억이 꽤 있다. 심수창은 LG 소속이던 지난해 7월 8일 잠실 KIA전에서 6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호투했다. KIA에는 에이스 윤석민이 버티고 있었지만 0-1으로 뒤지고 있어 동점 내지 역전도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강우콜드게임이 선언돼 윤석민의 6이닝 완봉승으로 경기가 끝났다.
심수창은 "7회 2사에서 임찬규와 교체돼 완투패도 기록하지 못했다. 임찬규는 공 한 개도 안 던졌는데 완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심수창이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지난해 7월31일에도 비가 내렸다. 그는 "그날 삼성전 선발 등판이었는데 취소되고 (넥센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떠올렸다. 그동안 비와 심수창은 악연이었다.
넥센은 이번 주중 LG와 잠실구장에서 원정 3연전을 치른다. 24일 첫 경기에 순서상으로는 심수창이 선발로 나가는 게 맞았지만, 지난 18일 KIA전에 등판한 나이트가 닷새를 쉬고 마운드에 올랐다. 여기에 각각 17일과 19일에 공을 던진 강윤구와 밴 헤켄도 대기 중이다. 심수창의 등판은 주말 청주 한화전으로 미뤄질 수도 있게 됐다. 심수창은 "언젠가는 해뜰 날이 올 것이다. 비가 나를 도와줄 때도 있을 것"이라며 "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