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방송·영화 통합 시상식 제 48회 백상예술대상이 숱한 기록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기록의 사나이' 안성기는 18년 만에 백상 무대에 올라 영화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난 영원한 현역"이라는 소감과 함께 통산 8번째로 백상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청순녀' 수지는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여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국내 여자 최초로 가수·드라마·영화부문 신인상을 싹쓸이해 트리플 크라운에 올랐다. 방송·영화 관계자들의 한해 농사를 마무리한 백상예술대상의 하루를 숫자로 돌아봤다.
▶19900218(생년월일) 박신혜·강소라
이런 걸 하늘이 내린 인연이라고 하는 거다. 백상예술대상 TV-영화 부문 인기상에 빛나는 박신혜·강소라의 생일이 알고보니 탄생년도는 물론 날짜까지 똑같아 화제다. 1990년 2월 18일 동갑내기 이들은 같은 날 태어난 데 이어 같은 시상식, 같은 부문 트로피를 나란히 안았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펼칠지 궁금할 따름이다.
▶2(번) 2관왕 작품수
모두 6개의 작품이 2관왕을 차지하며 팬들의 사랑을 확인했다. 특히, '뿌리깊은 나무'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각각 드라마·영화부문 대상까지 수상하며 '백상의 별'로 우뚝 섰다. 지난해에는 해병대에 입대한 현빈(TV부문 대상)을 비롯해 '시크릿 가든'이 4관왕을 차지하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올해는 3관왕조차 '백상'이 허락하지 않았다.
▶3(번) 정주리
'개그계의 여신' 정주리가 백상예술대상 예능상 후보에 오른 횟수. 48회 시상식 MC 이휘재가 "시간이 남아 정주리씨를 인터뷰 하겠다"고 다가서자 정주리는 "3년동안 (백상 예능상) 후보에 올랐는데 단 한번도 상을 못받았다. (인터뷰 하지 마라)"고 투정을 부려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현장의 팬들이 "괜찮아, 괜찮아"라고 응원하자 "난 안 괜찮다"라고 맞받아쳐 또한번 식장을 웃음 도가니에 빠트렸다. 내년에는 꼭 트로피를 품에 안으시길.
▶3(개) 수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일생에 한번 받기도 힘들다는 신인상을 가수·TV탤런트·영화배우 등 분야까지 바꿔가며 거머쥔 '괴력'소녀다. 2010년 미쓰에이로 데뷔한 이후 2011년 KBS '드림하이', 2012년 '건축학 개론'으로 삼년 내내 각 분야 신인상을 섭렵했다. 다음 해엔 과연 무슨 상을 받을 지, 무서운 신예의 탄생이다. '사장님'박진영은 '자랑스러운 놈~'이라며 축하했다.
▶8(번) 안성기
배우 안성기가 영화 '부러진 화살'로 백상 8번째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30회 시상식에서 영화 '투캅스'로 2관왕(최우수연기상대상)에 오른지 18년 만이다. 1994년 이후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이번 수상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후배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안성기는 "최근 공로상을 준다는 시상식도 있는데, 난 영원한 현역이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9(년만) 엄정화
9년 만에 다시 백상 트로피에 뜨겁게 키스했다. 2003년 '결혼은 미친 짓이다'이후 여러 작품에서 호평 받았지만 그간 상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화 '댄싱퀸'에서 엄정화 아니면 못할, 대체 불가능한 '춤·노래·연기'를 선보여 드디어 트로피를 품었다. 수상 후 "배우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며 한참을 울더니 "내년엔 태웅이가 '적도의 남자'로 상받을 것"이라며 유난한 남매의 정도 과시했다.
▶20(데뷔 햇수) 장근석
장근석이 연예계에 몸담아 온 햇수. 인기상 수상에 빛나는 장근석은 "선배님들 앞에서 이런 말씀 드리기 송구하지만 올해 데뷔 20주년이 됐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알고보니 5세에 아동복 광고 모델로 일찌감치 연예계에 데뷔한 것. 최근 광고 촬영장에서 장근석을 만난 한예슬은 그가 자신이 데뷔했을 때 이미 10년차 선배라는 사실을 알고 경악하기도 했다. 귀여운 허세 장근석씨, 연예계 내공은 '허세'가 아니었군요!
▶120(kg) 김준현
개그맨 김준현의 몸무게. 이날 김준현은 백상예술대상에 참석하기 위해 미리 빌려둔 오토바이에 120kg에 달하는 거구를 실었다. 당일 자신의 프랜차이즈 사업 오픈일과 날이 겹쳐 발을 동동구르다 생각한 묘안. 오토바이를 타고 러시아워를 피해 쌩쌩 달려왔다. 얼굴에 꼭 끼는 헬멧을 벗고 땀을 뻘뻘 흘리자 팬들은 환호보다 웃음을 먼저 터뜨렸다.
▶48(회) 백상 횟수
1964년 첫 발을 내딛은 뒤 대한민국 문화예술인들의 대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수많은 배우들이 기쁨과 안타까움의 눈물 흘리며 백상 무대를 거쳐갔다. 첫 회 신성일·최무룡·남궁원부터 안성기·최민식까지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경연을 펼치며 화합과 대결의 장으로 인정받았다. '한국 연극 영화 예술상'으로 시작해 '백상예술대상'까지 명칭은 몇 차례 바뀌었지만, 국내 최고 수준의 권위와 공정성은 세월 앞에서도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