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보리스필 공항. 기자를 처음 맞이한 건 두 명의 유로2012 도우미다. 이들은 공항 대기실 한가운데 만든 임시 안내데스크에서 일한다. 유로2012라고 써진 유니폼을 입고 복도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다. 급조한 표시가 팍팍 난다. 시내 가는 법을 물었더니 어쩔 줄 몰라 하며 서로 대답을 미루다 결국 "By Taxi(택시 타세요)"라고 한다. 그 흔한 컴퓨터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아 인터넷 검색 요청도 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구소비에트연방의 해체로 독립한 국가다. 독립한지 20년밖에 안됐다. 대규모 국제 스포츠대회 개최도 유로2012가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축구대표팀 역시 유로 대회 첫 출전이다. 모든 게 낯설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 신입생 같다. 대회 준비도 한마디로 '어리바리'다.
개막이 코앞인데 시내 곳곳은 아직도 공사중이다. 벽면을 새로 페인트칠하고 축구 분위기를 내기 위한 조형물을 설치 중이다. 열심히 일하는 우크라이나 축구관계자들에게 미안하지만 너무 유치하다. 8차선 도로를 골문 형태로 감싼 조형물은 조악하기까지 하다.
교통은 더 가관이다. 우크라이나는 경기가 열리는 4개 도시를 연결하는 열차 편에 문제가 생기자 한국 기업에 SOS를 요청했다. 개막 3주를 앞둔 지난달 16일 열차 건설업체 현대 로템과 손을 잡고 유지 보수 계약을 체결했다. 열차 90량에 대한 관리와 고속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다. 급한 대로 고속 열차 6대도 추가 공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존 철로와 새 열차가 잘 맞지 않아 24시간 내내 공사를 하고 있다. 현대 로템 직원이 열차 헤드라이트 20여 개를 들고 급하게 공항으로 입국하다 세관에 잡혀 벌금을 내는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 사정을 말해도 "5개만 가져온 걸로 해줄 테니 돈을 내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유로2012 출전국마저 우크라이나를 외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15개팀 중 13개팀이 폴란드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프랑스와 스웨덴만 각각 도네츠크와 키예프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대회 개막 하루 전. 우크라이나가 이 대회를 무사히 치를지 걱정이 앞선다. 아직 정신 못 차린 도시 키예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