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34). 앨범만 냈다하면 뉴에이지 차트를 석권하는 데뷔 12년차 스타 연주자인 그는 모호한 대중성의 잣대에 잠시 혼란을 겪었다. 누군 '이루마가 혼자 다 해 먹는다'고도, 또 다른 곳에선 '이루마가 한국 사람이냐'고도 묻는다. "나에 대한 평가가 참 애매했다. 누군 너무 대중적이라 듣고 싶지 않다고 하고 또 어디선 이루마가 무명이라고도 한다."
군복무에 소속사와 법정분쟁까지 겪으며 잊혀져 간다는 불안감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얼굴을 알려야 된다는 생각에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까지 했다. 한동안 혼란기를 거쳐 그가 꺼내든 카드는 '초심'이다. 앨범 타이틀은 '기억에 머무르다(Stay In Memory)'다. 추억은 아름답고 푸근하듯, 기억에 머무른 이루마의 연주는 포근하고 아련하다. "2001년 1집을 내기 바로 직전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 몇 정거장을 걸어갔다. 눈이 쌓인 길을 걸으면서 '음반이 잘 될까' 기대와 걱정을 했던 그 시절, 그 때를 기억하고 싶었다."
-앨범 부클릿에 '피아노 건반이 무겁다'는 글이 있더라. 어떤 의미인가. "데뷔 초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1집 녹음 때 썼던 클래식 피아노로 녹음을 했다. 클래시컬한 피아노라 건반이 무거운 종류다. 앨범 타이틀 '기억에 머무르다'에도 맞을 것 같더라. 항상 시작이란 건 행복하지 않나. 그간 잊고 살아온 것들에 대한 그리움 등 많은 감정이 담겼다."
-음반 전체가 피아노 솔로곡들이다. "다른 악기를 넣어 여러색깔로 표현할까 고민도 했다. 그런데 처음의 느낌을 담고 싶어 피아노 소리에만 집중했다. 대중이 이루마에게 가장 바라고 좋아했던 게 피아노 솔로였던 거 같다. 콘서트 홀에서 녹음 해 전체적인 앨범의 부드러운 느낌과 잘 어울리도록 했다."
-지난 해 인터뷰를 보니 예능프로그램을 하고 싶다는 얘기도 있더라. "결론만 말하면 지금은 그런 생각하지 않는다. 한때 그런 고민을 한 거다. 활동을 너무 안한다는 얘기가 들렸던 때다. 결혼도 하고 군대도 다녀오고 또 전 소속사와 법정분쟁 때문에 공백도 길었다. 심적으로 불안하기도 했고 잊혀지는 느낌이 들어서다. 또 어떤 팬이 '이루마는 좀 더 알려져야 한다'는 댓글을 단 걸 보고 아직도 너무 안 알려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루마에게 대중성이란 뭔가. "그게 참 애매하다. 가끔은 내 음악이 너무 많이 알려져서 연주음악으로 식상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루마가 뉴에이지 차트를 다 장악하고 있다', '혼자 다 해먹는다'는 비난도 들리더라. 그래서 한때 이름을 바꿔 앨범을 내볼까도 생각했다. 예전에 한 소설가가 계속 평단에서 안좋은 비평을 듣길래 이름을 바꿔 책을 냈더니 갑자기 '주목할 신성 등장'이란 비평이 나왔다는 얘길 들으면서 했던 생각이다. 이루마란 이름 때문에 편견이 생겨 사람들이 안 들을까란 걱정도 되더라."
-욕심이 참 많은 것 같은데. "맞다. 사람들은 피아니스트라고 말하는데 난 작곡가로 남고 싶다. 내 노래가 100년 후에는 클래식이 돼 여러사람에 의해 재해석돼 연주되기를 꿈꾼다. 여러 장르에 대한 욕심도 많다. 내가 쓴 곡으로 가요차트 1위도 해보고 싶다. 김연우·테이 씨한테 곡을 써 주기도 했고, MC 스나이퍼와도 협업을 했다. 그런데 난 완전히 이루마의 색깔을 뒤집는 곡을 쓰고 싶은데 제작자들은 이루마스러운 연주곡을 원해 좀 아쉽다."
-아이돌 그룹에게도 곡을 주고 싶다고. "나와 완전히 다른 음악을 하는 가수들과 교류하고 싶다. 화려한 조명, 열광하는 사람들 사이에 내 노래가 연주된다는 건 짜릿한 경험일 거다. 걸그룹 가운데는 소녀시대가 좋지 않을까. 소녀시대 티파니 씨가 내 연주곡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한 후 정이 가더라. 정말 고마웠다."
-아내와 딸에 대한 사랑을 앨범에 늘 표현하던데. "딸 로운이를 위해 부클릿에 사소한 재미를 넣었다. 높은 음자리 표가 그림으로 이어지게 그림을 그렸다. 아내(손혜임)와 아이의 이니셜도 들어갔다."
-딸의 첫 사랑이 동서인 배우 권상우라고 들었다. "아니 지금은 아빠가 더 좋다더라. 이모부(권상우)가 남자답고 근육이 크니 눈에 들어왔나 보다. 그런데 열심히 소꼽놀이를 해주는 아빠에게 다시 마음을 돌렸다. 하하. 사촌인 룩희(권상우·손태영의 아들)와 로운이가 함께 유치원에 다녀 두 집이 거의 붙어살다시피 한다. 호칭은 서로 '형님'이라고 한다. 나이는 권상우 형님이 많고, 내가 손위라서 둘 다 그냥 형님이라고 한다. 어제도 함께 수영장에 갔는데 몸매 비교될까바 난 계속 물속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