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관련 산업이 자동차 산업 이상으로 발달한 유럽은 승마와 말에 대한 인식부터 국내하고는 크게 다르다. 유럽의 말 문화와 말 산업을 국가대표 승마 선수 이수진을 통해 소개한다.
▲필리팝스 가문은 장애물 말로 유명
승마 가문인 루도 필리팝스의 마장은 벨기에에서도 유명한 마장 중 하나다. 루도 필리팝스는 올림픽에 세 번이나 출전해 4위를 차지했고 그의 말인 파코는 이후 브리딩(교배)에 투입됐다. 그런데 이 말들의 자손들이 성적이 좋아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필리팝스는 가문은 대대로 능력 있는 승마 선수들이 배출됐는데 루드 필리팝스의 쌍둥이 아들들도 유로피언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필리팝스 마장의 말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은 브리딩을 위해서 최적화된 마장과 초현대식 시설, 말들을 교육 시킬 수 있는 최고급 라이더들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최고급 장애물 말들을 뽑아내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춘 것이다.
▲한국과 다른 유소년 승마 교육 프로그램
대부분의 선수는 이미 4살 때부터 말등에 오른다. 도시의 중심가만 벗어나면 각 동네마다 말이 있어 언제든지 말을 탈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말을 타는 목적 뿐 아니라 개나 고양이처럼 항상 같이 있는 반려 동물처럼 인식하고 있다.
4살 때부터 승마를 교육시킬 수 있는 것은 작은 포니들이 많고 승마 교육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어서다.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마장은 작은 말을 들여와도 큰 말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대부분 진행된다. 하지만 유럽은 포니 전문 클럽이 있어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포니를 탈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 돼 있다. 덕분에 벨기에에서는 대중 스포츠 이자 어린이 체육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포니를 탄 어린이들 중 70% 이상이 어른이 돼서도 승마를 즐기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승마는 즐기는 것
우리나라 사람들은 승마를 하면 대부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유럽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선수급으로 승마를 하는 사람도 있는 가하면 우리나라의 생활체육인들보다 말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도 많다. 다양한 수준의 승마인들이 존재하는데 승마에 대한 부담 없이
승마를 즐기는 도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말 구입 방식도 차이난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일정수준 이상 교육된 말을 구입하는 경향이 많은데 유럽의 생활체육인들은 어린 말과 함께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말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원한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는데 일정 수준 이상 교육이 끝난 말은 가격도 비싸다. 또 어린 말을 잘 키울 경우 교육이 잘 되면 매매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회운영 방식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대한승마협회의 경기가 대부분 승부와 성적이 모두다. 대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성적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승부 외에 상업적인 요소와 엔터테인먼트 적인 요소도 가미돼 있다. 일반적으로 큰 대회는 7일 정도 열리는데 경기장에 마구상 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옷 시장들이 선다. 스폰서가 많아서 마케팅에도 신경을 쓴다. 대회에 많은 관중을 동원하기 위해 실내 경기장 또는 콘서트홀에서 대회가 열린다.
엔터테인먼트 적인 요소도 많은데 경기 중간 브레이크 타임에 어린이들이 출전하는 포니 레이싱 대회가 있다. 또 영화 벤허에 나오는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가 출연하고 서커스에서 볼 수 있는 말 쇼도 있다. 이밖에도 유명선수의 클리닉도 진행되고 유명 마장에서 자신들의 말을 홍보한다.
▲전문적인 마필 관리사
국내 일반 승마장의 마필관리사는 말을 먹여주고 씻겨주는 등 간단한 관리에 그친다. 교육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국가 자격증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의 마필 관리사는 전문 지식이 많아 자부심이 높다. 이들은 선수가 대회에만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게 말들을 관리한다. 유명한 마장에서 일하는 관리사들 중에는 선수를 목표로 두고 기초를 다지는 사람들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마장마술 세계랭킹 1위였던 에드워드 갈과 한스 피터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세계 최고급 선수인 앙키 마장에서 관리사로 실력을 닦은 후 유명선수로 발돋움 했다.
▲승마선수들의 수입은
국내 선수들에 비해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회에 나가서 성적을 올릴 경우 받는 상금과 레슨으로 수입을 올린다. 가장 큰 수입은 어린말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이 말들이 판매가 되면 일정부분을 커미션으로 받는다. 또 승마 용품사로 부터 광고비를 받고 개인 스폰서가 있는 경우에도 일정부분 경제적인 도움을 받는다.
유명한 선수들의 경우 큰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 대중들을 상대로 클리닉을 해서 수입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