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49) KIA 감독이 18일 광주 두산전에 앞서 불펜 피칭을 했다. 선 감독이 광주구장에서 포수를 앉혀놓고 제대로 공을 던진 건 일본(주니치) 진출 전 해태 시절인 1995년 이후 처음이다.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 매치 2012' 출전을 위한 최종 리허설이었다. 한국 대표팀 선발투수로 나서는 선 감독은 "1이닝 동안 투구수 20개를 목표로 잡고 있다"며 이날 총 22개의 불펜 피칭을 했다.
KIA 에이스 윤석민(26)이 선 감독에게 새 스파이크를 빌려줬다. 선 감독과 윤석민의 신발 사이즈는 270㎜로 같다. 윤석민이 빌려준 빨간색 스파이크를 신고 선 감독은 외야에서 약 10분간 러닝을 한 뒤 전경호 불펜포수와 캐치볼을 했다. 15m 거리에서 시작한 캐치볼은 순식간에 60m까지 벌어졌다. 선 감독은 중견수 자리에서 공을 던지고 불펜 포수는 우익선상 끝에서 공을 받았다.
오후 3시30분 1루쪽 불펜에서 선 감독이 본격적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하자 외야에서 몸을 풀던 KIA 투수들 눈이 반짝거렸다. 유동훈·최향남·양현종 등 투수들은 선 감독의 불펜 피칭을 유심히 바라봤다. 타격 훈련을 하던 타자들도 잠시 훈련을 멈추고 선 감독을 쳐다봤다.
직구 5개를 던진 선 감독은 "슬라이더!"를 외치며 변화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커브!"를 외쳤다. 이를 지켜본 KIA 투수 서재응은 "시속 130㎞는 되겠다. (실전에서) 위험할 때 등판하셔도 되겠다"며 감탄했다.
선 감독은 불펜 피칭을 마치고 "윤석민 스파이크를 신고 던져서 그런지 공이 잘 들어갔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레전드 매치에 참가하기 위해 오늘 머리도 자르고 염색도 했다"며 "오전에 미리 한 시간 정도 러닝을 하고 와서 그런지 공을 던져도 크게 힘들지 않다"며 의욕을 보였다.
선 감독은 "(레전드 매치) 실전에서는 시속 120㎞대 후반 정도의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일본 시절 습관이 남아 변화구를 던지면 원바운드가 많은데 그 점을 주의해서 던지겠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선 감독은 일본에서 구원왕 경쟁을 펼쳤던 일본의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44)와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