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래가 인기다. 인기 UCC 사이트인 UTUBE.com에는 이 노래 제목을 패러디한 동영상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삼성 '토종 에이스' 장원삼(29)의 스타일을 집약한다면 어떤 단어가 적합할까. 무뚝뚝한 경상도 스타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적어도 마운드 밖에서만은 볼수록 매력 있는 '볼매남 스타일'이다. 지난 주말 롯데전이 열린 부산에서 장원삼을 만났다.
▶언뜻 보면, 재미 없는 무욕남
장원삼은 올 시즌 12승으로 다승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개인 한 시즌 최다승(2010년·13승)까지 딱 1승이 남았다. 그러나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는 그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다승왕 욕심 없다. 팀만 이기면 된다. 목표 승수도 없다. 지금에 만족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조로운 답변만 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재미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 이번 시즌 2억2500만 원을 받는 프로 8년차 중고참이지만 아직 승용차가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야구장 근처에 숙소를 따로 얻지 않고 후배들과 함께 기숙사를 사용한다. 대구 홈 경기 때면 구단 버스를 타고 경산 숙소와 대구구장을 오간다. 그 흔한 스마트폰도 없다. 최근에는 구하기도 어려운 폴더형 휴대폰을 사용한다. 야구장에서 인터넷을 보고 싶을 땐 기자실을 방문해 "잠깐 컴퓨터 좀 사용해도 될까요"라고 공손하게 말한다.
동료들은 장원삼의 '구도자' 같은 삶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나는 차 욕심이 없다. 기숙사 생활이 편하다.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스마트폰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옷은 해외 캠프 다녀올 때만 몇 벌 산다.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부도 잘하는데, 바른 생활까지 하는 격. 조목조목 '교과서'같은 말만 하는데 반박할 '거리'가 있을 리 없다.
▶알고 보면, 매력 있는 볼매남
사실 장원삼은 '무욕남'이 아니다. 씀씀이에 있어서는 '개념남'이 맞다. 장원삼은 2006년 현대에서 데뷔한 후 부모님에게 통장을 일임했다. "월급은 모두 어머니에게 간다. 알아서 저금해 주신다. 대신 무엇을 사실 때는 항상 나와 상의를 하신다." 착실하게 돈을 모았다. 이미 고향 경남 창원에는 자신 명의의 집도 한 칸 장만했고, 손바닥 만한 땅도 여퉈뒀다. 차에 쓸 돈을 모아 집안 빚도 갚았다. "야구하는데 돈이 좀 많이 드나. 입단 계약금(2억5000만원)으로 빚을 다 갚았다. 지금도 아주 가끔 자산이 얼마나 모였는지 확인한다. 솔직히 흐뭇하다."
일상 생활도 그리 재미없지만은 않다. 장원삼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손가락 굴리는' 실력이 제법 있었다. 지역에서 열리는 피아노 콩쿠르 대회에 출전해 멋지게 한 곡 뽑아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지금도 피아노 앞에 앉으면 '젓가락 행진곡' 한 소절은 신명나게 친다. 예체능에 소질이 남달랐다. 초등학교때까지 미술학원에 다니며 미적 감각도 길렀다고 한다.
"이만하면 경상도 스타일이 아니라 볼매남 스타일이다"고 하자, 장원삼이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다. 나는 내가 봐도 재미없는 그냥 '촌놈'이다. 볼매남은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