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이 11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런던올림픽 축구 3-4위전을 치른다. 중요한 길목에서 일본과 대결을 펼치는 홍명보팀은 유종의 미를 거두며 올림픽 첫 메달을 꿈꾸고 있다.
한일전은 국가대표, 올림픽대표, 청소년대표 등 각급 대표팀 경기마다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실력 차가 있을 때도 한일전만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투쟁심을 불살랐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명승부가 펼쳐졌다. 홍명보팀은 선배들의 투혼을 본받고 3-4위전을 치를 필요가 있다.
◇ 한일전의 백미, 도쿄대첩
가장 기억에 남는 한일전을 꼽는다면 1997년 9월에 열린 '도쿄대첩'이 있다.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일본과 만난 한국은 일본대표팀 선수들과 일본 서포터 울트라 닛폰 5만여 관중과 싸워야 했다. 시작은 불안했다. 후반 20분 만에 야마구치에게 로빙슛을 허용하며 0-1로 졌다. 그러나 위기때 선수들은 똘똘 뭉쳤다. 공세를 편 한국은 후반 38분 이기형의 크로스를 받아 최용수가 골문 앞에서 헤딩 패스를 했고, 서정원이 곧바로 헤딩으로 연결시켜 동점골을 넣었다. 이어 후반 41분, 이민성이 상대의 빈틈을 노려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려 골문을 갈랐다. 이 골로 한국은 2-1 승리를 거뒀고, 울트라 닛폰 관중들은 침묵에 빠졌다. 한일전 최고의 승부였다.
◇ 한일전 통쾌했던 순간들
이보다 앞선 1985년 11월에는 멕시코월드컵 예선을 놓고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일본과 대결을 펼쳤다. 1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두고 유리한 입장에서 2차전을 맞은 한국은 적극적인 공세로 일본을 압박했고, 후반 16분 허정무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2연승을 거둔 한국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일본을 이기고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한 판이었다.
2007년 아시안컵 3-4위전에서도 명승부가 펼쳐졌다. 당시 한국은 졸전을 펼치며 4강에서 이라크에 패하고 3-4위전으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3-4위전에서 일본을 만나 한국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0-0 무승부를 거뒀던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이운재의 선방으로 6-5로 이기고 가까스로 3위에 올랐다. 막판 투혼이 일궈낸 극적인 승리였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은 두차례 일본과 경기를 가졌다. 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컵대회에서 중국에 0-3으로 완패해 벼랑끝에 몰렸던 한국은 일본전 승리가 절실했다. 한국은 이동국, 이승렬, 김재성의 연속골로 3-1로 승리했고 기사회생했다. 이어 월드컵 직전이었던 5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한일전에서는 박지성의 선제골과 박주영의 쐐기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일본대표팀 출정식으로 열린 경기였지만 전반 5분만에 박지성의 골로 일본 관중들은 침묵에 빠졌다. 이 상황에서 박지성은 일본 관중들을 쳐다보며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주는 세리머니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 올림픽팀도 쾌거는 있었다
올림픽대표팀 경기에서도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었다. 1996년 3월, 애틀랜타올림픽 최종예선으로 치러진 경기에서 한국은 일본과 후반 막판 골을 주고받는 접전을 펼쳤다. 폭우가 내린 가운데서 치러진 경기에서 한국은 후반 34분 윤정환의 프리킥을 받아 이상헌의 헤딩골로 앞서나갔지만 1분 뒤 조 쇼지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후반 37분 이원식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를 최용수가 정확하게 차 넣어 2-1로 승리했다. 극적인 승부 끝에 한국은 최종예선 1위로 올림픽 본선에 올랐다.
중요한 순간마다 일본을 만나면 한국 축구는 힘을 냈다. 런던올림픽 축구 3-4위전에서도 홍명보팀이 선배들처럼 힘을 발휘할 수 있기를 많은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