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 최고봉. 전문 산악인이 아니더라도 만년설이 기다리는 한 대륙의 ‘최고봉’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은 킬리만자로만의 매력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그 ‘빛나는 산’을 찾았다. 기아자동차가 주최하고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가 주관한 ‘2012 에코다이나믹스 원정대’를 통해서다. 12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대학생 8명, 중ㆍ고교생 32명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케냐와 탄자니아 일대를 탐방했다. 기후변화의 현장을 직접 보고 자연친화적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는 계기를 갖자는 취지다.
키보산장에서 출발한지 7시간 후 녹색 표지판이 보인다. 정상에 올랐다는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첫번째 포인트인 길만스포인트(5689m)다. 스태프를 포함해 50여명이 출발했지만 고산병으로 중도 하산한 대원들이 많아 이 곳에 오른 인원은 총 22명. 아름다운 경치보다 먼저 본 것은 쓰레기였다. 등산객들이 버린 페트병과 과자 봉지가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한글로 ‘연양갱’이라고 적힌 쓰레기도 보였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2시간쯤 더 갔을까. 드디어 우후루피크 정상이다. 멀리 빙벽이 보이고 곳곳에 만년설이 펼쳐졌다. 그러나 막상 정상에서 바라본 만년설은 상상과는 달랐다. 하얀 눈보다 검은 흙바닥이 더 많이 보였다. 빙벽은 웅장하기보다 초라했다. 아무리 7월은 건기라 해도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쌓인 눈이라봤자 발목 높이에도 모자랐다. 마웨는 “예전엔 4피트(약 1.2m)까지 눈이 쌓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엔 점점 눈과 빙하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12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참가한 원정대원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학교에서 환경동아리를 운영하는 홍애진(광주 중앙여고 2년)양은 “그렇게 높고 추운 곳에서 만년설이 사라지고 있는 원인이 인간의 자연 파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킬리만자로에 표범이 사느냐?” 하산길에 마웨에게 물었다. “90년대까지는 봤는데 최근에는 본 일이 없다. 한국에 유명한 노래가 있다고 들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만년설은 같은 운명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