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만한 나신의 두 여인이 구릿빛 남자들에 의해 납치당하고 있다. 그녀들은 아르고스왕 레우키포스의 딸들로 결혼식 당일 납치당한 것이다. 그녀들을 납치하고 있는 남자들은 제우스신의 쌍둥이 아들 카스토르와 플룩스다. 그녀들이 정혼자들인 이다스와 린케우스에게 시집가려던 순간 그녀들을 사랑했던 제우스의 두 아들이 납치극을 벌인 것이다.
결국 이 납치극은 추격과 혈투, 살해와 복수로 파국을 맞았다. 바로크의 대가 루벤스는 '제우스의 아들들'이라는 고대 그리스 문학에서 가장 도발적이고 야만적이며 극적인 감흥을 줄 주제를 레우키포스 딸들의 납치 이야기에서 취했다. 당시 바로크 시대는 이러한 납치와 약탈이라는 그림을 통해 갖가지 예절과 의식에 갇힌 궁정문화의 틀에서 벗어나 여성의 몸과 야만적 쾌락을 탐닉했다. 루벤스는 이 그림으로 '공포의 허벅다리 살'이라든지 '실타래처럼 얽힌 많은 육체의 무리'라는 악평을 듣기도 했지만 그만큼 원초적 욕망과 흥분을 시각적으로 잘 구현해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그림에서 가장 긴장한 것은 두 발을 번쩍 치켜든 회색 말로 이 그림의 흥분상태를 가장 잘 전달하고 있는 상징적 이미지다. 결혼을 위해 걸쳤을 황금빛 천이 바닥에 벗겨지도록 저항하는 아래쪽 여자와 붉은 천이 벗겨지고 있는 위쪽 여자 둘을 동시에 낚아채고 있는 플룩스의 모습과 밤색 말에 탄 채 위쪽 여자를 끌어올리는 카스토르의 모습에서 루벤스는 남성적 폭력성과 동물적 힘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흥분상태의 아름다운 밤색 말을 잡고 있는 것은 에로스다. 다른 에로스 역시 회색 말을 잡고 있다. 이는 이 두 남자가 이 두 여자를 사랑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비록 루벤스는 이후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지만 이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복수의 칼에 맞아 죽어가는 형을 두고 슬픔을 이기지 못한 플룩스는 아버지 제우스에게 형 대신 죽게 해달라고 빌었다. 제우스는 아들의 청을 들어 이들을 하늘의 별이 되게 했다. 사람들은 이 별들을 '쌍둥이자리'라고 부른다.
◇ 양희원(34) KRA한국마사회 교관
거장 루벤스는 작은 것도 흘려보내지 않고 정밀한 묘사를 했다.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정교한 그림이다.
그림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회색으로 표현한 오른쪽 말의 편자다. 편자의 뒤쪽을 보면 돌기가(스파이크) 있다. 과거에는 편자 뒤편에 스파이크를 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콘크리트 또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가 아닌 풀밭을 달리기 위해서는 미끄러지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스파이크가 필요했다. 현재도 잔디밭에서 경마를 하거나 장애물을 하면 편자에 스파이크를 달아주는 경우가 있다.
말에 비해 사람이 크게 묘사돼 있다. 여자의 신체가 말과 비슷할 정도다. 말의 머리와 사람머리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작가는 그리스 시대 말이 작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만약 이 작은 말에 두 사람이 탄다면 말이 체력적으로 버티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말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태우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림상의 말은 역할 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뒤에 있는 회색말은 백마가 될 청해마다. 마구는 굴레만 보이는데 현실감 있게 그렸다. 충분히 기능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