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모았던 100억원대 대작영화 'R2B:리턴투베이스'(감독 김동원)가 결국 흥행에 참패했다.
개봉 13일차인 지난 26일까지 'R2B'가 모은 관객수는 105만 9707명(한국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이날까지 남은 스크린수는 전국 325개다. 순제작비만 95억여원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고려해볼때 'R2B'는 약 400만명을 모아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현재 각 극장에서 흥행성적이 저조한 'R2B'의 상영횟수를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 화려한 전투기 액션신으로 흥행작 대열에 합류하려 했던 'R2B'의 꿈은 사실상 좌절됐다. '연가시'의 성공으로 고무됐던 투자·배급사 CJ E&M도 'R2B'의 실패로 만만찮은 타격을 입게 됐다.
▶어설픈 드라마에 특별할 것 없는 CG가 문제
'R2B'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먼저 '이야기의 부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천재적인 비행실력을 가진 천방지축 조종사가 북한의 도발에 맞서는 과정을 그린다. 천재 조종사 태훈 역의 비가 정비대대 에이스 신세경과 만나 사랑을 나누고 라이벌 유준상과 대치하는 에피소드 등이 등장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러 작품을 통해 수도 없이 봐왔던 뻔한 설정에 '클리셰'들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기본적인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대표적인 항공액션영화 '탑건'(1986)에서 차용하고 있어 진부함을 준다.
뻔한 스토리도 완결성은 떨어진다. 비와 신세경의 멜로라인은 중반 이후 뜬금없이 끊어져버린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북한군의 도발은 '영화적 과장'이 심하다. 양국이 각각 전투기를 보내 수도와 주요시설을 파괴하는 '대형사고'를 쳤는데도 현실성을 배제한채 '동화적'인 결말만 보여줘 의아함을 자아낸다. 각 에피소드가 따로 놀면서 조화를 이루지 못한게 문제다.
배우들의 열연도 묻혀버렸다. 배우들은 시놉시스상에 기록된 '캐릭터 설명'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잠재력 있는 배우들을 모아두고도 좋은 연기를 끌어내지 못한 이유로 "연출자 김동원 감독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감독이 캐릭터와 스토리의 완성도보다 항공액션신에만 신경을 기울여 '큰 틀'을 완성시키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김동원 감독은 런닝타임을 염두에 두지 않은채 일단 촬영을 마친후 편집과정에서 일일이 에피소드를 걷어내는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촬영된 비와 신세경의 키스신이 날아갔고, 이종석과 정석원의 에피소드는 '통편집'됐다.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진 항공액션도 특별해보이진 않았다. 서울상공을 배경으로 펼쳐진 전투기 액션이 처음이라 화제가 됐지만 이미 수많은 '명품CG'에 익숙해진 관객 앞에 내놓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춘건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CG 작업에만 몰두하다가 실패한 '내츄럴시티' '원터풀데이' 등의 사례를 답습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마이웨이' '7광구'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 실패사례 답습
'R2B'는 지난해 실패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의 사례를 떠올리게 만든다. '가비' '마이웨이' '7광구' '황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영화들은 모두 100억원 상당의 제작비를 쓴 대작. 하지만 국내 개봉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마이웨이'는 300억원이 투입됐다. 국내에서 빅히트를 기록하고 해외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었지만 개봉당시 200만명을 넘기는 수준에 그쳤다.
'황해'는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듣고도 흥행에 실패했다.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관객폭을 넓히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채 제작비 단가만 높인게 패인이 됐다.
'7광구'의 실패요인은 허술한 만듦새였다. 3D 개봉을 목표로 한 만큼 영상작업에만 집중하고 스토리를 허술하게 짜 몰입도를 떨어트렸다. 그나마 완성된 CG도 허술해 상영 내내 혹평을 들어야 했다. 개봉후 3일만에 100만명을 모았지만, 이후 '별로'라는 입소문이 퍼져 하락세를 탔다. 당시 JK필름은 예상치못했던 '7광구'의 실패로 주춤했다가 올해초 '댄싱퀸'이 성공하면서 기사회생했다.
'R2B'의 행보도 유사하다. 월드스타 비의 군 입대전 마지막 출연작, '인셉션' '다크나이트'를 작업한 할리우드 항공전문 촬영팀 '울프에어'의 합류 등 수많은 화제거리를 가졌지만 막상 흥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CJ E&M 관계자들도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앞서 'R2B'는 지난해 10월 제작보고회를 마친후에도 10개월여 기간동안 개봉을 하지 않아 '작품에 문제가 많다'는 악소문에 휩싸였다. 각종 이벤트를 열어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관객 사이에서 퍼지는 '악평'은 막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