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몸을 흔들 수 있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재치있는 가사로 뮤지션들 사이에 인기가 좋은 야광토끼(임유진·30)가 주인공이다. 최근 발표한 앨범에서는 왕자병 걸린 남성들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니가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어떤 집안인지도 관심이 없어 그렇게 자랑스러우면 얼굴에 문신으로 새기지 그래'라고 말하는 가사가 유쾌·상쾌·통쾌하다.
트렌디한 음악 스타일에 걸맞게 라이프스타일도 짜릿할 것 같다. 근데 이게 웬일. 야광토끼의 첫 인상은 소박했다. 가내수공업을 방불케 하는 작업 스타일은 그렇다 치고, 스스로 연애가 하고 싶은 '건어물녀'(집에서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머리는 대충 묶고 퍼지는 여성)란다. 아무리 봐도 최신 유행과는 거리가 먼 영락없는 '아날로그형 인간'. 그녀의 삶과 음악의 관계가 궁금했다.
-최근 새 앨범을 냈다.
"전형적인 팝 앨범을 내고 싶었다. 정확하게는 일렉트로닉 팝 정도 될 것 같다. 팝 가수 케샤의 음악을 떠올릴 수 있다. 1집에서는 후크송의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코드 수도 적고 심플하게 갔다."
-타이틀곡은.
"'왕자님'이다. 왕자병에 빠진 남성을 비꼬는 내용이다. 한 번 듣고 경쾌하게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신나는 음악이다. '왕자는 왕자인데 어느 나라 왕자인지 모르겠다'며 비꼰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소개를 시작하면서 어느 학교 나오고, 무슨 일을 하는지 장황하게 늘어놓는 남자들이 이 곡의 주인공이다. 남자들은 이 곡을 싫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통쾌하다며 좋아하더라."
-작업 방식이 가내수공업 수준이라고.
"집에서 컴퓨터랑 신디사이저만 가지고 만든다.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음악만 한다. 완성되기 전에 누구에게 조언을 구하지도 않는다. 곡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한 조언은 역시 불완전하다. 그런 상태에서 들은 부정적인 평에 작업이 주춤해지면 나만 손해다."
-가사 소스는 어디서 얻나.
"경험한 일도 있지만, 친구 이야기를 가지고 올 때도 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낙서처럼 일기에 적어놓는다. 소설가도 다 자기 이야기를 소설에 쓰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음악 환경에서 자랐다고.
"아버지가 재즈 클럽을 했다. 어머니는 최근에 민요를 시작했다. 요샌 공연도 하시더라. 다른 분들에 비해 빨리 배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 음악성은 아버지를 닮은 줄 알았는데 어머니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직업으로 음악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버클리 음대에서 졸업을 못하고 돌아왔다.
"나무도 뽑아다가 다른데 심으면 힘들어 하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도 외로웠다. 싸이가 미국에서 성공한 것이 버클리 음대를 다녔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학교이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음악적인 스킬을 가르쳐줄 뿐이지 대중 앞에서의 실용적인 부분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교수들도 졸업하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
-음악은 공격적인데 본인 성격은 내성적이다.
"낯을 가린다. 친해지면 말이 많아지는데 친구가 많지는 않다. 최근에는 음악이 전부가 아니구라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20대 때는 음악이 내 모든 것이었는데 이젠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음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에 대한 욕심이 없어 보인다.
"당연히 성공하고 싶다. 근데 그 성공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르지 않을까. 마이클 잭슨은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뮤지션이지만 본인은 불행하다고 했다."
-한국대중음악 최우수 팝 음반상을 받았다.
"굉장한 영광이었다. 솔로 데뷔는 늦었지만 음악 활동을 한지는 꽤 됐다. 그 동안 노력이 보상을 받은 것 같아서 기뻤다."
-뮤지션으로서의 목표는.
"명곡을 쓰는 작곡가가 되고 싶다. 올 해에는 재미있는 단독 공연을 해보고 싶다. 관객들이 스트레스를 확 풀 수 있는 공연을 하고 싶다."
-지금 제일 관심있는 것은.
"연애를 하고 싶다. 내가 건어물녀다. 집에서 작업만 하는 삶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근데 요즘 이렇게 사는 것이 답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연애를 좀 해야겠다."
-요금 고민은 무엇인가.
"작곡만 해야할지 가수를 해야할지 고민이다. 댄서블한 곡을 썼는데 무대에서의 퍼포먼스가 따라가질 못하니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럴 바에는 노래를 그만하고 곡만 쓰는 편이 나은 것인지 고민된다. 가수가 싫은 것은 아니다. 특히 내 노래는 내가 부르고 싶다. 꼭 내 곡은 자식 같다. 애는 낳았는데 단칸방에서만 키우는 꼴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입양을 보내는 게 옳지 않을까. 내가 되고 싶은 것은 가수일까. 작곡가일까."
-곡 의뢰는 자주 들어오나.
"SM·JYP에서도 들어온다. 근데 아직 실제로 준적은 없다. 주기 싫어서는 아니고 아직 인연이 닿지 않은 것 같다. 2NE1·빅뱅 같은 그룹과는 한 번 일해보고 싶다."
-근데 왜 이름이 야광토끼인가.
"토끼를 좋아한다. 야광은 별 생각없이 붙였는데 활동을 하니 팬들이 내 이름과 음악 색깔이 비슷하다고 하더라. 내 음악이 빛이 나고, 밤에 들었을 때 좋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