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소년' '돈크라이 마미' 등 소위 '작은 영화'들이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2일을 기점으로 극장에서 첫 선을 보이는 한국영화는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고 총 6편이다. '돈 크라이 마미' '남영동 1985' '개들의 전쟁' '철가방 우수씨' '범죄소년' '사이에서' 등이다. 적은 예산으로 만들었지만 소재는 다양하다. '돈 크라이 마미'는 성폭행 당한 딸을 위해 복수에 나선 어머니의 이야기를, '남영동 1985'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자전적 수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기존 상업영화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들. 영화인들이 외치는 '다양성 확립'이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스크린 수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시작부터 교차상영에 들어가 관객과의 만남에 제한을 받고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에는 여전히 '늑대소년'과 '브레이킹 던' 등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영화들이 대부분의 상영관을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우세한 위치를 선점한 영화는 '남영동 1985'다. 올해초 '부러진 화살'을 히트시킨 정지영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 때문에 대다수 멀티플렉스에서 각 1개관을 우선 확보했다.
'돈 크라이 마미'와 '철가방 우수씨'도 멀티플렉스에서 각 1개 스크린을 잡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대 배급사를 통해 공개되는 신작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스크린의 7분의 1 정도 수준 밖에 안 된다. 개봉일인 목요일과 금요일까지는 종일 상영되지만 대다수 상영관의 주말 시간표에서는 일단 제외된 상태다. 관객이 들지 않으면 교차상영으로 넘어갈 확률이 높다. 지난 7월 영화진흥위원회가 최소 1주일 이상 상영을 보장하고 교차상영을 금지하는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 협약 선언문을 발표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적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범죄소년'은 더 심각하다. 롯데시네마 노원점과 건대입구·김포공항 등 몇개 극장에서만 상영된다. 건대입구점의 경우에도 오후 2시부터 3회만 상영되고, 노원점은 오후 12시 35분과 심야시간에만 볼 수 있다. '개들의 전쟁'도 마찬가지. 롯데시네마 각 지점에서 상영되지만 실제로 노원점과 건대입구 점 등 몇 개 극장을 제외하면 황금시간대에 영화를 보기 쉽지 않다. 박철민과 황수정 등이 주연한 '사이에서'는 9개 스크린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9월에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여전히 280여개 스크린에서 900여회 가까이 상영되고 있다. 작은 영화들은 들어갈 자리가 없다. '터치'의 민병훈 감독이 스크린을 죄다 빼앗기고 8일만에 상영종료를 선언한 심정이 충분히 이해된다. 올해 한국영화 관객수가 1억명을 넘어섰다는데 이런 식으로는 기형적인 산업구조가 만들어질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