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와 '동연주'. 엔트리에도 없는 가상의 선수들이 달콤한 복수전의 일등공신이 됐다. 1라운드에서 유일한 패배를 안겨준 현대건설에 승리한 GS칼텍스 얘기다.
2년 연속 꼴찌였던 GS칼텍스는 올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우승후보로 꼽혔다. 정대영-한송이-이숙자 등 국가대표 3인방에 특급 외국인선수 데라크루즈가 '베띠'란 이름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개막 4연승을 달린 GS칼텍스의 질주는 지난 20일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1-3으로 패하면서 멈춰섰다. 2008-09시즌 5라운드 이후 4년만에 도전한 라운드 전승도 실패로 돌아갔다. 2라운드 시작과 함께 IBK기업은행에게 선두 자리도 내줬다.
공교롭게도 2라운드 GS칼텍스의 첫 경기 상대는 현대건설이었다. 일주일 동안 이 경기를 준비한 GS칼텍스는 현대건설의 주포인 야나와 황연주에 대비하기 위한 비책을 꺼내들었다. 가상의 '야나'와 '황연주'를 대비해 준비하는 것. 오른손잡이인 차상현 코치가 야나로, 왼손잡이인 김동성 코치는 황연주로 변신했다. 남자 코치들의 강스파이크를 받아낸 결과는 훌륭했다. GS칼텍스는 27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설욕에 성공했다. 승점 1점 차로 IBK기업은행을 따돌리고 1위 자리에도 복귀했다.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면 평소에 가진 버릇이 나온다.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가상훈련을 했다. 한두명만 흔들려도 전체가 흔들리게 되어 있다. 야나의 사기가 떨어지면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 부분이 주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숙자는 "우리끼리 '차나(차상현+야나)'와 '동연주'나 '김연주'(김동성+황연주)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힘들었지만 효과는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