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 캐시오. 그놈 모가지는 수천, 수만개 있어야겠다. 내가 복수하려 해도 하나로는 부족하다!"
질투의 화신이 된 오셀로의 분노는 활화산보다도 뜨겁다.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 때문일까. 연극 '오셀로'는 우리나라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햄릿'에 이어 가장 무대에 많이 오르는 작품이 됐다.
그 중에서도 올해 배우 윤동환이 오셀로, 서지우가 데스데모나 역을 맡은 극단 후암의 연극 '오셀로'(오는 3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작품에 푹 빠진 차현석 연출가가 11년전 '오셀로' 첫 공연 이후 거의 매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챔버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것도 극단 후암 버전만의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셰익스피어 전집을 완역한 신정옥(80) 명지대 명예교수도 거의 매년 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26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권위자인 신 교수를 만나 '오셀로'와 셰익스피어 이야기를 들어봤다.
- 셰익스피어 작품을 번역한 지 55년째다.
"대학원에 다니던 1957년 '한여름밤의 꿈'을 처음 번역하면서 이 길에 들어서게 됐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37편, 시 3편을 번역했다. 인간성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사랑, 아름다움에 따뜻한 시선을 던지는 셰익스피어 문학의 진실 때문에 그것들을 우리 글로 옮기는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
- '오셀로'가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들과 갖는 차이점은.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이 왕실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오셀로'는 가정 비극으로 인간이 갖고 있는 성질 중 질투의 문제를 다룬다. 질투에 사로잡힌 남자가 순결한 아내를 죽인 후 후회하고 자살하는 비극이다. 동기가 없는데 동기를 줘서 악으로 몰고 가는 스릴이 있으며,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그게 교묘하게 맞아들어가면서 관객의 흥분을 이끌어낸다. 연극이 어떤 건지 알게 하는 작품이다. '오셀로'를 보면 이상하게 극에 말려들어간다. '오셀로'의 비극은 악마같은 혀를 날름거리는 이아고가 열쇠를 쥐고 있다."
- 차현석 연출의 '오셀로'를 본 소감은.
"11년 전 대학로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후 지도해주고 때론 격려해주기도 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아직 연출가가 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찾아내고 완성시켜 나가야 할 부분도 보이면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과감하고 파격적인 장면을 무대 위에서 선보이기 때문이다."
- 연극 '오셀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차현석 연출의 '오셀로'에서 마지막 침실 장면이 압권이다. 높은 계단 위에 마련된 침실 위에서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목 졸라 죽이는 부분에서 긴장감이 넘친다."
- 셰익스피어 언어의 특징은.
"셰익스피어의 언어는 텍스트의 8~9%가 시어다. 산문 작가라기 보다는 시인이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다른 작가들의 것과 다르게 시어를 읊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약강·약강의 운율로 이루어져 멋지게 들린다."
- 셰익스피어 어워즈 조직위원장이기도 한데.
"지난해부터 이 상이 시작됐다. 시상 대상은 연극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세익스피어 공연을 한 팀들로 선별됐다. 대상·연출·각색·연기상 등 각 부문별 시상이 이뤄지며 뮤지컬·오페라·무용 부문에 대한 특별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