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이 누구에게나 영광된 자리로 기억되는 건 아니다. 납득할만한 수상으로 감동을 자아내는 이가 있는가하면, MC 같은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가 '시상식을 망쳤다'며 자질논란에 휩싸인 예도 있다. 2012년의 마지막을 장식한 지상파 3사의 시상식에서도 희비가 뚜렷하게 엇갈렸다. 시상식을 통해 주가를 올린 연예인과 구설에 오른 이들을 살펴봤다.
▶김재원·윤여정 MC합격점, 손현주 22년만의 대상
김재원은 '2012 MBC 연기대상'에서 MC를 맡아 기대 이상의 능력을 보여줬다. 앞서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겟잇뷰티옴므' 등의 프로그램 MC를 맡은 적은 있었지만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대형 시상식을 이끌게 된 건 이번이 처음.
김재원은 공동 진행자로 나선 손담비를 리드하면서 베테랑MC 못지 않은 기량을 선보여 놀라움을 줬다. 적절한 시간안배는 물론, 시상자와 수상자를 배려하면서 전체적으로 여유롭고 편안하게 시상식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쇼 MC로 잔뼈가 굵은 이덕화도 이날 황금연기상을 수상한뒤 "김재원이 이렇게 진행을 잘하는 줄 몰랐다"고 극찬했다. 또 이 자리에서 '메이퀸'으로 최우수연기상까지 수상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윤여정은 '2012 KBS 연기대상'의 MC로 나서 호평을 끌어냈다. 젊고 예쁜 여자 MC를 내세우는 연말 시상식에 60대의 여배우가 진행을 맡아 우려의 시선도 받았던게 사실. 그러나, 윤여정은 40대 유준상·20대 이종석 등 각 세대를 대표하는 후배들과 함께 마이크를 잡고 안정적인 진행으로 무게중심을 잡아줘 시상식의 권위를 살렸다는 극찬을 들었다. 각 부문 시상이 진행되는 사이에 "단막극을 살려야한다"면서 KBS드라마국을 향해 소신있는 발언을 하는 등 대선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손현주는 '2012 S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추적자 더 체이서'로 데뷔 22년만에 대상을 수상하며 벅찬 눈물을 흘려 감동을 자아냈다. 대상에 앞서 '10대 스타상'까지 받아 2관왕이 됐다. 대상 트로피를 거머쥔 후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싶다.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라며 "지금도 어디선가 밤을 낮처럼 살며 최선을 다하고 있을 이들과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안재욱은 '2012 MBC 연기대상'에서 세간의 예상과 달리 무관에 그치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대인배의 면모를 보여 박수를 받았다. 이날 대상을 수상한 조승우조차 "안재욱 선배에게 가장 죄송하다"고 어쩔줄 몰라했을 정도. 시상식이 끝난 후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을만큼 화제가 됐던 '사건'이지만 안재욱 본인은 초연했다. 여유로운 웃음으로 조승우의 대상 수상을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여 '선배답다'는 말을 들었다.
▶정겨운 MC 자질논란, 정현수는 기성용 부상 기원 발언에 구설수
개성파 연기자 정겨운은 마이크 한번 잘못잡았다가 편치 않은 연말을 보내야했다. 29일 상암 SBS 프리즘타워에서 진행된 'SBS 가요대전'에서 아이유 수지와 함께 MC를 맡았지만 어리숙한 말투와 부자연스러운 표정 등이 반복돼 논란에 휩싸인 것. 급기야 정겨운은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에 '미숙했던 부분은 앞으로 좋은 연기로 갚겠다'고 해명까지 했다. 이어 31일 '2012 SBS 연기대상' 미니시리즈 부문 시상자로 나선 정겨운은 "연습해도 안되는 게 있더라.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힘들었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정려원 역시 어색한 진행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2012 SBS 연기대상' MC를 맡은 정려원은 '강심장'을 통해 입증된 이동욱의 깔끔한 진행을 빛 바래게 만들었다. 생방송인 만큼 돌발 질문과 상황이 속출했지만, 그때마다 "이건 여기(대본)에 없는건데요"라며 넘어가는 안일함을 보이는가 하면 자정을 넘기자 "2013년 SBS 연기대상"이라고 오버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개그맨 정현수는 한해를 잘 마무리하는 큰 상을 받았지만 세치혀가 문제였다. 30일 'S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정현수는 "'개그투나잇'의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이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라며 "기성용이 출전하면 우리 시청률이 떨어진다, 부상을 당해야 하는데. 박지성은 잘 간 것 같다. 오죽하면 이렇게 하겠나. 연패에서 탈출 안했으면 좋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해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후 SNS를 통해 '시간대 변경에 대한 저의 심정을 말하다가 본의 아니게 심려끼치는 말을 전했다. 더욱 성숙한 개그맨이 되겠다'고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성난 네티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배우 강소라는 30일 열린 '2012 MBC 연예대상'에 강호동·광희와 함께 MC로 나섰지만 나무 막대기처럼 서있기만 하고 단 한마디도 거들지 못해 '인간 목석'으로 거듭났다. 워낙 입담이 좋은 MC들 사이에서 변변한 말 한마디 못한 그는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한파 속에서 등이 깊게 파인 드레스 자랑만 하고 온 꼴이 돼 안타까움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