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프로야구 일정 재편성을 마무리한 정금조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기획부장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프로야구 32년 사상 첫 일정 변경은 "KBO의 권위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나쁜 선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정 부장은 "그 부분은 인정한다"고 말한 뒤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했다.
KBO가 2013년 프로야구 일정을 재편성해 7일 발표했다. 논란이 됐던 '휴식팀과의 경기 일정'이 고르게 편성됐다. 정 부장은 이날 "일정을 짤 때 고려해야할 사항이 10가지가 넘는다. 이번에 일정을 재편성하면서 기존 틀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을 신경썼다"고 밝혔다. 정 부장은 "휴식팀과의 대결에 아쉬움을 드러낸 팀들의 의견을 들으면서도 '새로운 일정이 우리에게 불리하다'라고 느낄 수 있는 팀이 없도록 안배하느라 신경을 많이 썼다. 지난해 11월30일 발표한 일정을 짤 때는 하루 2~3시간을 할애했다면 이번에는 두 배 정도의 시간을 투자했다. 무척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라고 밝혔다.
9개 구단 체제로 열리는 올해 프로야구에는 '휴식팀'이 생긴다. 휴식을 한 팀, 휴식을 할 팀과 자주 맞붙는 팀은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 KBO가 2013년 프로야구 일정을 발표하자 롯데는 '공개 질의'를 통해 불만을 표했다. 당시 일정에 따르면 롯데는 휴식을 한 팀과 12차례 맞붙어야 했다. 삼성은 단 한 번이었다. 롯데는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휴식을 할 팀과 자주 맞붙는 두산(12번)도 비공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KBO는 일정 재조정을 택했다. 실행위원회(단장 회의)로부터 "일정에 대한 문제는 KBO에 위임한다"는 약속을 받고난 후였다.
구단들의 불만에 귀 기울인 KBO는 '휴식팀과의 만남'에 가중치를 뒀다. 그 결과 휴식한 팀과 가장 많이 만나는 팀(롯데와 NC 7번)과 가장 적게 맞붙는 팀(KIA 4번)의 격차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휴식할 팀과의 맞대결도 최대 8차례(두산)-최소 4차례(삼성)로 간격을 좁혔다. 휴식팀들과의 맞대결 총합은 롯데·두산·한화가 13차례로 가장 많고 삼성·SK·넥센이 10번으로 가장 적다. 각 구단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정도의 격차다. 롯데가 불만스러워 했던 휴식한 NC와의 네 차례 대결도 단 한 번으로 줄었다.
정 부장은 "휴식팀과의 맞대결 횟수만 생각한다면 일정 짜기가 한결 수월하다. 하지만 각 구단은 주말과 공휴일 경기수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이 부분도 균등하게 하려고 했다"고 전한 뒤 "기존 틀을 유지하려고 애썼는데 아무래도 이동거리가 다소 늘었고, '흥행카드'로 여길만한 매치업이 조금 줄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성은 회복했지만, '나쁜 선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프로야구가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KBO의 역할 확대가 중요하다. 전권을 잡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9개 구단의 중심에 서야한다는 의미다. 잡음이 발생할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계획을 수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