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말 서울 사당역 인근 주택가 골목. 차량 20대가 골목길에 일렬로 늘어섰다. 주택 단지로 올라가는 길이 빙판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맨 앞에 있는 차가 올라가지 못하니 다른 차들도 어쩔 도리가 없다. 스프레이 체인을 뿌려봐도 2~3m가량 올라가다 다시 바퀴가 헛돈다. 눈길 대비 용품이 없는 기자의 차량도 골목길 50m를 통과하는 데 무려 3시간이 걸렸다.
올 겨울 유독 눈이 많이 온다. 눈길 사고 발생수가 역대 최다다. 눈이 온 뒤에도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져 좀처럼 녹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 자동차 가지고 다니기가 겁나는 시기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눈길 관련 차량 용품의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체인과 스프레이, 스노타이어(겨울용 타이어)는 눈길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가격과 장·단점이 천차만별이라 고르기가 쉽지 않다. 겨울철 눈길 안전을 위해 어떤 제품을 써야 할까. 스노타이어와 체인, 스프레이 체인 세 제품을 직접 써보고 장·단점을 비교해봤다.
◇스노타이어, 번거롭지 않고 효과 확실하지만 가격 비싸
스노타이어는 가격이 비싸다. 1개당 12~16만원 정도다. 반드시 네 개 모두 동시에 교체해야 안전하기 때문에 총 교체 비용은 평균 50만원 이상이다. 하지만 그만큼 효과는 확실하다. 타이어 전문점에서 30분이면 교체가 가능하다. 2만㎞ 이상 사용할 수 있어 겨울철만 장착한다면 5년 이상은 거뜬하다. 특히 주로 고성능타이어(여름용 타이어)를 기본 장착해 나오는 수입차 경우에는 스노타이어가 필수다. 폭스바겐의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고성능타이어와 스노타이어를 번갈아 장착하는 게 일반화됐다. 사계절용 타이어 1년 내내 사용하는 국산차와 국내 분위기와는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스노타이어를 장착하고 다시 사당역 인근 주택가 골목길을 올라가 봤다. 종전보다 훨씬 더 수월했다. 가끔 바퀴가 헛돌긴 했지만 차량이 좌우로 돌아가는 경우는 없었다. 한국타이어가 개발한 스노타이어 '윈터 아이셉트 에보'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40㎞/h로 달렸을 때 제동거리가 눈길에서는 19.35m 감소했다. 빙판길 경우에도 4.2m 앞서 멈췄다.
타이어전문업체 티스테이션 관계자에 따르면 "스키장 정도의 경사만 아니라면 웬만한 동네 골목은 다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스프레이나 체인보다 번거롭지 않아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스노 타이어를 사용하지 않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고민이다. 집안에 마땅한 공간이 없다면 타이어를 보관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티스테이션 등 타이어 전문 판매점들은 1년에 6~10만원 정도를 받고 스노타이어를 보관해주기도 한다.
◇스프레이 체인, 간편하지만 지속성 떨어져
체인 스프레이는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눈길 대비 방법이다.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1만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다. 헤어 스프레이와 비슷한 크기라 보관도 쉽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바퀴에 골고루 스프레이를 뿌려주고 5분 정도 기다렸다가 출발하면 된다. 송진과 같은 접착성 물질을 타이어에 뿌려 미끄러지는 걸 방지하는 원리다.
하지만 지속성은 크게 떨어진다. 거리가 짧은 눈길을 지나가는 건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바퀴에 눈이 묻어 얼어버리면 무의미하다. 또 바퀴 면적이 넓기 때문에 스프레이 한통으로 4~5회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바퀴가 바닥에 닿아있는 면은 스프레이를 뿌리기 힘들어 번거롭기까지 하다. 또 바퀴 이외 부분에 내용물이 묻으면 세차하기가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뿌릴 때마다 손에 묻는 것도 꽤 귀찮다. 눈이 지속적으로 내리는 상황에서는 사용하나마나다.
◇스노체인, 효과 확실하지만 번거로워
스노체인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효과는 스노타이어나 스프레이보다 뛰어나다. 또 직물·고무·쇠사슬 등 다양한 소재가 있어 차량에 맞는 체인을 고를 수도 있다. 가격은 5만원부터 50만원 이상의 고가 명품 체인까지 다양하다. 트렁크에 보관할 수 있는 크기라는 점도 편리하다.
하지만 국내 도로 사정상 모든 길이 눈길이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웬만한 큰 도로는 눈이 내리는 즉시 제설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골목 언덕길에서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만 큰 길로 나가면 골칫덩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체인을 착용한 채 고속으로 달릴 경우 체인은 물론 타이어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최근 출시된 체인은 5~10분이면 착용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번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