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에 성공한 수원과 KT의 일등공신 중 한 명으로 염태영(53) 수원시장이 꼽힌다. 그는 이석채 KT 회장 등과 함께 치열했던 유치 경쟁을 진두지휘했다.
염 시장은 20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 범시민 환영대회'에 참석해 관계자와 수원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염 시장은 "2년 동안 관심과 성원을 아끼지 않은 수원시민과 경기도민들 덕분에 10구단을 유치할 수 있었다"며 "뜻깊은 행사를 열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 10구단이 프로야구 1000만 관중시대를 여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환영대회에는 이석채 회장 등 관계자와 시민 등 40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행사 후 염 시장을 만나 10구단 유치와 관련한 뒷얘기와 향후 계획을 들었다.
-먼저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10구단 유치를 하면서 자치단체장으로서 스포츠와 관련된 행정은 다 겪어본 것 같습니다. 선거를 두 번 치르는 느낌이었어요. 힘들었지만 시민들께 큰 선물을 드린 것 같아 기쁩니다."
-수원시에 10구단이 꼭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실 2011년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처음 야구단 유치를 요청했을 때는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김 지사에게 이유를 묻자 '야구단을 유치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하더군요. 돌아와서 야구의 경제학을 생각해보니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시민들의 반응도 궁금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야구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매우 높았습니다."
-평가위원들 앞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PT)을 하셨는데요.
"객관적인 내용들은 다 드러났기 때문에 진솔하게 성의껏 PT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워낙 큰 사안이라 누구에게 위임하기도 부담스러웠구요. 가장 책임감 있게 밝힐 수 있는 인물은 시장이라는 결론이 모아졌습니다. 시장성과 인프라·흥행요소 등 세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이 가운데 시장성과 인프라는 시장의 의지를 밝히는 것이 좋다고 봤죠. 일주일 이상 PT 준비를 했습니다."
-돔구장 건설 공약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특히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계획이십니까.
"돔구장 건설은 야구계의 숙원사업입니다. 건설비가 많이 들고, 운용계획도 확실하게 세워야 합니다. 김문수 도지사와 협의해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법 및 건설 계획을 마련하겠습니다. 지방재정 부담의 완화를 위해 민간투자 방식을 고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증축되는 수원구장이 포화되는 시점에서 돔구장도 검토할 예정입니다."
-독립리그 운영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31개 시·군의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특징을 갖고 있고, 인구와 재정도 풍부합니다. 지역 주민들의 소속 지자체에 대한 자긍심도 높습니다. 경기도내 지자체에는 많은 사회인 야구팀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들 자원을 활용한다면 독립리그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현대가 수원을 연고지로 삼았던 시절 흥행에 참패를 했는데요. 관중 유치는 자신있으신지요.
"현대는 서울로 가기 위해 수원이 '임시' 연고지라는 것을 처음부터 밝히고 왔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수원시민들의 10구단에 대한 열망이 뜨겁습니다. 여기에 유동인구 비율이 높은 수원은 평일 관중동원에서도 뛰어난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교통망을 이용해 수원을 오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야구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10구단=경기도팀'이라는 정체성 확보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이번에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인근 도시들 모두가 우리를 지지했습니다. 경기도가 이렇게 하나가 된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우리를 지지하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 중 많은 활동을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은 남양주에 사시면서 사회인 야구를 하는 시민이었습니다. 그것만 봐도 경기도민들의 10구단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습니다. 10구단은 경기도를 뭉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수원은 축구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야구와 축구를 어떻게 융합하실 계획이십니까.
"그동안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외부에 알려져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수원시는 전국 어느 도시보다 많은 체육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3개 종목에 27개 직장팀, 250여 명의 선수 규모로 전국 최고입니다. 여자축구도 해체 위기를 겪었지만 저는 유지하자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KT에 야구장을 25년 무상임대해주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축구계의 반발이 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저는 축구쪽도 만나서 형평성에 문제가 되지 않게 제도 개선을 하기로 했습니다. 수원의 축구 단체에서 10구단 창단을 지지한 이유입니다. 수원시는 앞으로 야구·축구에 선진국형 구장 관리 시스템을 갖추도록 할 것입니다. 프로스포츠의 메카로 선도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립니다. 프로야구 막내 구단으로서 관심이 가실 텐데요.
"프로야구 흥행의 기폭제 중 하나가 2009년 WBC 준우승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이라고 봅니다. 이번에 최소한 4강 이상을 가야 이 열기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WBC 대표팀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야 합니다. 월드컵 때마다 하는 거리 응원 문화를 이번에도 기획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대표팀의 좋은 성과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