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결투'라고 불러야 할까. 어린이학습만화 베스트셀러 '마법천자문'과 '코믹메이플스토리'의 대결이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마법천자문'이 시리즈 24권을, 9년째를 맞은 '코믹메이플스토리'가 56권을 발행했다. 시리즈 누적 판매권수는 양쪽이 똑같이 1500만부. 많은 학부모는 이 책들이 출간될 때마다 '초긴장' 상태다. 아이들이 권당 1만원에 가까운 이 책들을 기다렸다 사고 있기 때문. 문제는 두 작품의 스토리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터넷에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가'라며 호주머니를 의식하는 학부모들의 질문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두 작품은 시리즈 100권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울 것인가.
'드래곤볼'과 '원피스'의 대결 보는 듯
'마법천자문'은 주인공 손오공의 모험을 따라가면서 천자문을 익히게 되는 학습 모험물이다. 손오공이 옥황계에서 모험을 시작했다가 지난해 6월 발행된 2부 22권부터 무대를 광명계로 옮겼다. 또렷하고 박력 넘치는 그림이 특징이다. '천추' '용병 마루한'의 김성재 작가가 연출을 담당하고 있다. 한자 학습 효과가 실제로 크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모험의 무대를 바꾸며 세계관을 확장한다는 면에서 만화 '드래곤볼'을 연상시킨다. 지난 2011년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국내에선 보기 드물게 10억원이라는 방송수입을 올렸다.
'코믹메이플스토리'(글 송도수, 그림 서정은)는 동명의 캐주얼 게임을 원작으로 시작했지만 독자적 스토리를 구축했다. 만화 '원피스'처럼 여러 주인공이 모험을 따로, 또 같이 하면서 새로운 악당들과 만난다. 제목처럼 코믹 코드가 강하다. 선과 악이 혼재된 새 캐릭터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며 장기 연재로 끌고 가는 전략이다. 게임과 만화가 긴밀하게 연계돼 있어 새 캐릭터가 게임에 등장한 직후 1~2개월 후 만화에 나오도록 하는 시스템을 사용한다.
100권 돌파는 시간 문제
출간 10주년에 접어들고 있는 두 작품은 모험물의 특성상 스토리가 무한정 늘어날 수 있다. 담당 출판 편집자들도 현재 진행 중인 스토리가 초반부인지, 중반부인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출간이 될 때마다 어린이만화 순위 1·2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시리즈 100권 돌파는 '코믹메이플스토리'가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 두 달에 한 권씩 출간됐으나 올해부터 매달 독자들을 만난다. 이 때까지 국내에서 100권까지 시리즈가 계속된 작품은 거의 없었다. '코믹메이플스토리'를 제작하는 서울문화사 이희진 편집자는 "최소 100권은 넘는 것이 1차 목표다. 학습 효과는 없지만 어린이들이 순수하게 좋아서 읽는 책이기 때문에 독자의 애정이 식지 않는 한 무한히 나갈 수 있다"면서 "'코믹메이플스토리' 첫 권을 읽던 초등학생이 벌써 대학생이 됐다. 세대를 초월하는 책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간 네 권 발간 체제를 유지하는 '마법천자문'도 최소 50권은 넘길 예정이다. 권당 소개되는 새 한자는 20자. '천자문'이라는 성격상 50권이 되어야 1000자를 소개하게 된다. '마법천자문'을 기획한 은지영 북이십일 키즈사업본부장은 "'마법천자문'을 4년에 걸쳐 캐주얼 게임으로 제작하던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메이플스토리'의 제작사인 넥슨으로 인수된 후 갑자기 '마법천자문' 게임을 접었다.
더구나 거의 완성 단계여서 아쉬움이 컸다"면서 "50권 이후에는 한자 사용 제약이 줄어들기 때문에 본격적인 모험 스토리로 발전한다. 손오공이 외계인들과 싸우는 데까지 상상력이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