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겨울잠'에 빠졌던 선수는 감독들로부터 '스프링캠프 명단 제외'라는 벌칙을 받는다.
SK 김광현(25)·송은범(29)·박희수(30) 등 여섯 명은 최근 구단에서 실시한 체성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미국 애너하임 자율 캠프 도중 짐을 싸 귀국했다. LG 우규민(28)과 이동현(30)은 팀 체력테스트에서 탈락해 사이판 스프링캠프에 합류조차 못했다. 김시진(55) 롯데 감독은 사이판에서 1차 전지훈련 중인 선수단에 "7~8명은 일본 가고시마 2차 훈련에 못간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선동열(50) KIA 감독도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들은 스프링캠프에 당장 경기에 나설 정도로 몸을 만들어 온다"며 "1월 초 체력 테스트를 통과 못한 선수를 제외하고 전지훈련 명단을 짤 것"이라고 했다.
프로야구에 불고 있는 새로운 트렌드, 이른바 '책임야구'다. 이런 현상은 최근 1~2년 동안 각 구단 사령탑이 젊어지며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그동안 감독 입장에선 제대로 몸을 만들지 않은 채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선수들 탓에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숭용 XTM 해설위원은 "선수 시절 컨디션을 전혀 끌어 올리지 않은 채 스프링 캠프에 합류하는 선수들이 더러 있었다. 몇몇 감독들이 답답해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를 환영했다. 하일성 KBS N 해설위원은 "이것이 진짜 자율야구다. 직장인처럼 프로야구 선수에게 시즌·비시즌이 어디 있냐"며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놓아야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숭용 해설위원도 "선수들은 높은 연봉을 받는 만큼 몸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일본처럼 한국 야구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스스로 몸을 만들라'는 메시지는 선수들에게 책임감과 위기의식을 줄 수 있다. 선수들은 캠프 합류 전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팀의 주축 선수들을 캠프에서 빼면 한 해 성적을 포기하는 것인가' 혹은 '비활동기간(12월)까지 훈련을 요구하는 건 너무 하는 거 아니냐'고 우려한다. 손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선수들에게 자율 훈련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건 중요하다. 다만 선수들간 연봉 차이도 있으므로 경제 환경·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