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한국 대표팀은 오는 2일부터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B조)에서 네덜란드, 호주, 대만을 상대로 2라운드 진출 티켓을 경쟁하게 된다. 조 1·2위만이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 올라갈 수 있다. 최소 4강을 목표로 하는 대표팀은 1라운드 3전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네덜란드, 호주, 대만의 만만치 않은 전력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네덜란드 3월 2일(토) 오후 8시반
▶장점=관심을 모았던 마이너리그 최고 유망주 주릭슨 프로파(20·텍사스)가 결장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잰더 보가츠(21·보스턴)·조나단 스쿱(22·볼티모어) 등 만만치 않은 리그 유망주들이 승선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리그 홈런왕 출신 블라디미르 발렌티엔(29·야쿠르트)과 빅리그 통산 434홈런을 터뜨린 백전노장 앤드류 존스(36·라쿠텐)가 버티는 중심타선은 위협적이다. 테이블세터가 유력한 로저 베르나디나(29·워싱턴)는 빅리그에서 3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준족.
▶단점=타고투저가 뚜렷하다. 에이스를 맡아줄 것으로 기대됐던 자이어 저젠스(27·볼티모어)가 불참하는 게 뼈아프다. 신장 216cm의 최장신 투수 록 반 밀(29·신시내티 트리플A)과 샤이론 마티스(26·미네소타 트리플A)가 포함됐지만 실력과 경험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타선에서는 보가츠·스쿱·안드렐톤 시몬스(24·애틀란타) 등 주축 타자들의 주포지션이 2루수나 유격수로 중복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호주 3월 3일(월) 오후 7시반
▶장점='지한파'들이 많다. 보스턴 태평양지역 스카우트인 존 디블 호주 대표팀 감독은 한국 등 아시아 야구를 잘 안다. LG에서 뛴 우완 크리스 옥스프링(36·시드니)과 한화에서 뛴 좌완 브래드 토마스(36·슝디)는 한국 타자들의 습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 왼손 사이드암까지 투수들의 유형이 다양하다. 좌완 애덤 브라이트(29·멜버른)는 사이드암으로 구속이 140km대 후반이다. 키 201㎝의 더샨 루직(31·애들레이드)도 요주의 인물. 우완 사이드암 강속구 투수다.
▶단점= 투수진에 비해 타선은 약하다. 마이너리거들과 호주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타선은 경험과 무게감이 모두 떨어진다. 메이저리그 통산 7홈런 타율 0.244를 기록한 좌타자 크리스 스넬링(31·시드니)과 지난해 미네소타와 오클랜드에서 8경기를 뛴 루크 허지스(29·FA)의 한 방 능력은 있다. 루크는 일본과 평가전에서 마에다 겐타로부터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빅리그 경험이 있는 저스틴 휴버(28), 브래드 하만(28·이상 멜버른)도 경계대상.
대만 3월 5일(화) 오후 8시반
▶장점=대만 야구의 아이콘, 왕첸밍(33)과 궈홍치(32)가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같은 대회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둘 다 전성기가 지났고 현재 소속팀이 없는 FA이지만 메이저리그 한 시즌 아시아 투수 최다승(19승 2006·2007년) 기록 보유자 왕첸밍과 빅리그 218경기에 나선 궈홍치의 경험은 대만 대표팀의 큰 재산이다. 대만 야구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좌완 양야오신(소프트뱅크)의 존재감도 크다. 대만은 "WBC 사상 최강의 투수진을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단점=몇 년째 제자리 걸음, 혹은 퇴보하고 있는 타선.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만은 '한방 있는 타선'으로 상대를 위협했다. 하지만 승부조작 파문으로 인한 리그의 축소, 투수 유망주들의 해외 유출로 대형 타자 육성에 실패했다. 양다이강(니혼햄)을 제외하면 수 년 째 국제대회에 나선 타자들이 또 이번 WBC에 출전한다. 린즈셩(라미고)·펑정민(슝디)·장치엔밍(EDA) 등 이미 상대가 잘 알고 있고,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베테랑 타자들이 타선의 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