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통산 3번째로 500경기에 출전한 골키퍼 최은성(42·전북)이 활짝 웃었다. 2011년 대전에서 방출돼 선수 생활의 기로에 선 최은성은 자신을 받아준 전북 현대와 힘들 때 위로가 된 가족에게 영광을 돌렸다.
최은성은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 선발로 출전해 5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김병지(606경기·전남), 김기동(은퇴·501경기)에 이어 프로 통산 3번째 기록이다. 500경기 출전을 기념해 등번호 500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나온 최은성은 전반 김신욱과 한상운의 결정적인 슈팅을 잘 막아내 팀의 2-1 승리에 기여했다.
경기 후 최은성은 "개인적으로 500경기 출전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었다. 결과가 좋게 나와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돼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친정팀 대전과의 1라운드 경기보다 더 집중했다"는 최은성은 "울산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고, 공격수들이 언제 어디서나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1997년 프로 데뷔해 17시즌 만에 기록을 달성한 최은성은 "솔직히 500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했다. 선수 생활을 끝낼 위기가 찾아왔고, 적지 않은 나이였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그는 "대전에서 방출됐을 때가 정말 고비였다. 1%의 희망을 걸었고, 그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빌었는데 고맙게도 전북이 받아줬다"며 "또한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마운 우리 가족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기록이다.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최은성은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워가는 김병지의 뒤를 따르고 있다. 그는 "(김)병지 형님은 내가 좋아하는 형이고 선배다. 사실상 (최다 출전 기록을) 따라가기는 힘들 것 같고, 동업자로서 열심히 쫓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은성은 "일단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올해까지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뛰도록 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전했다.
전주=오명철 기자 omc102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