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시민구단’ 대구 축구의 이상 고온, 그 이유는?
대구의 축구 열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 FC의 2013 K리그 클래식 홈 개막전이 열린 지난 10일. 대구스타디움(수용인원 6만5000석)에는 관중 3만9982명에 몰려들었다. 대구가 2003년 창단한 이후 역대 네 번째로 많은 홈 관중 기록이다.
'공짜표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김현희 대구 FC 홍보팀장은 "공짜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관중 동원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구단 대구 입장에선 붐을 일으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구는 그동안 안팎으로 악재에 시달렸다. 대구스타디움은 시내 외곽에 위치해 있고, 프로야구 삼성의 인기에 번번히 밀렸다. 2009년에는 변병주 전 감독이 외국인 선수 선발 과정에서 억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대구는 2009년과 2010년 꼴찌로 추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 개최로 인해 대구는 2년 동안 안방에서 쫓겨나 시민운동장에서 경기를 해야 했다. 이런 와중에 올 시즌 개막전부터 많은 관중이 찾아와 구단 측은 잔뜩 고무됐다.
대구 구단은 '축구 열기'의 비결로 지역 밀착 프로그램을 꼽고 있다. 대구에서는 2011년 12월 중학생 자살 사건이 일어난 이후 교육청 차원에서 건전한 스포츠 문화 확산을 통한 청소년 계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 FC는 지난해 3월 대구시 교육청과 '건강한 학교! 즐거운 스포츠' 프로젝트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활발한 재능기부 활동을 벌였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중학교를 돌며 배식 봉사를 했고, 체육 수업과 축구 클리닉 등을 총 203회에 걸쳐 실시했다.
관중수를 늘리려는 구단의 고육책도 있었다. 대구는 올 시즌부터 시즌권 제도를 없애고 후원 회원제를 도입했다. 후원 회원은 1인당 1만원만 내면 된다. 후원 회원에게는 홈 경기 티켓 2장이 무료 제공되며, 향후 홈 경기 일반석(1만원) 티켓을 70% 할인한 3000원(초등학생은 무료)에 살 수 있다. 구단 측은 현재까지 4000명의 후원 회원을 확보했으며 궁극적으로 5만명을 후원 회원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헐값 입장권'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대구 FC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관중수를 확보한 뒤 차후 수익성 증대를 노리겠다는 입장이다. 김현희 홍보팀장은 "부끄럽지만 시민구단인 대구는 관중수 확보가 절실하다. 일단 객단가보다는 관중수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오명철 기자 omc102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