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과 한화의 시범경기가 열린 14일은 화이트 데이였다. 고유의 풍속은 아니지만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주며 마음을 전하는 날로 통한다. 그러나 김응용(72) 한화 감독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사탕을 준 사람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농담에 "화이트 데이인지 까만 날인지 사탕 먹는 날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더니 "시즌 중에는 생일이나 돌잔치도 없다"고 말했다. "전쟁 중에 전투가 한창인데 그런 게 어딨냐"는 것이다. 김 감독은 생일이 언제냐는 질문에 "없다"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응용 감독은 큰 체구 덕분에 '코끼리'란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야구 스타일은 '빅 볼'이나 '자율야구'와는 거리가 멀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관리야구' 스타일에 가깝다. 해태 사령탑 시절에는 선수들의 식사량과 '밤나들이'까지 꼼꼼히 챙길 정도로 선수들의 몸 관리를 중요시했다.
'생일이 없다'는 이야기도 '프로다움'을 강조하는 속뜻이 담겨 있다. 시즌 중에는 먹는 것 하나까지 신경을 쓰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생일 됐다고 평소 먹지 않던 음식을 먹으면 몸에 탈이 난다"고 했다.
'몸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이어졌다. 한화는 지난 9·10일 광주에서 KIA와 경기한 뒤 사흘간 쉬었다. 올 시즌 홀수구단 체제가 되면서 경기 뒤 휴식을 한 첫 번째 팀이었다. 김 감독은 "7개 구단 시절에 쉬는 건 경험해봤다. 그런데 쉰 팀과 안 쉰 팀의 승률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쉰 팀의 타격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쉬는 동안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틀 동안 연습을 가볍게 했다. 그러나 컨디션 조절은 결국 선수 본인 몫이다. 시즌 중에도 누구는 슬럼프에서 회복이 빠르고, 누구는 느리다. 자기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화 선수들도 김 감독의 의중을 잘 읽고 있다. 지난해 마무리 훈련부터 너나 할 것 없이 이뤄지는 경쟁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훈련량을 늘렸다. 팀 훈련이 없던 11일에도 이대수와 김태균 등 베테랑급부터 나와 타격훈련을 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좋지 않은 내용으로 패한 뒤 선택한 자율 훈련이다. 효과는 있었다. 한화는 14일 넥센을 3-2로 누르고 김응용 감독에게 시범경기 첫 승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