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코미디를 좋아하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자신이 직접 쓴 개그 콩트 대본 몇 개를 들고 대한민국 최고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PD에게 찾아가 읽어 보라고 권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 날 그 PD는 학생의 집으로 전화를 해서 "재미있게 봤다. 몇 살이냐"고 묻는다. 고1 학생이 어른 심부름 온 것으로 알았던 PD는 본인이 썼다는 말에 깜짝 놀라며 그를 불러 당시 제일 잘 나가던 '청춘만세' 작가로 등단시킨다.
그의 이름은 ‘장덕균’ 이다. 장덕균 작가가 누구더라 하시는 분들에게 소개를 하자면 일단 김형곤의 최고 히트작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을 썼다. 당시 풍자 코미디의 시초이자 무시무시한 비판과 웃음이 섞인 그 코미디를 쓴 것이 불과 23세의 작가 장덕균이 썼다. 그 유명한 '변방의 북소리'와 '탱자 가라사대'도 썼다. 한 때 김영삼 대통령도 웃으며 봤다는 'YS는 못 말려'라는 책을 써서 많은 이들이 '대통령으로 우스갯소리를 해도 되는 시대가 도래 했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간판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역시 그의 펜이 10년 가까이 함께 했으며 전성기를 만드는 큰 역할을 한다. 나 역시 방송 데뷔 당시 동기 김용만·유재석·양원경·김국진·박수홍 등과 함께 개그 훈련을 장덕균 작가가 맡아서 지도해줬다.
그는 악필 중의 악필이었다. 당시 원고지에 갈겨 쓴 글씨는 이게 글인지 먹다 남은 라면 부스러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만큼 그의 대본은 그 누구도 읽을 수가 없었는데 유독 특정 대본 작업 업체의 한 여직원만이 그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장덕균 작가가 존재하는 한 그 직원은 특별대우를 받으며 일 할 수 있었다. 묘한 일이다.
사람들은 개그 프로그램을 볼 때 개그맨 당사자에게 많은 박수를 보낸다. 또한 요즘은 PD에게도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개그맨이나 PD가 가장 의지하고 자주 봐야 하는 사람은 작가다. 사막을 횡단 하는 개그맨에게 있어서 나침반 역할을 해 주는 이가 PD라면 지도를 직접 그려 손에 쥐어 주는 것은 작가다. 사막의 길을 가다가 여기저기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가다가도 다시 제 자리로 올 수 있는 것이 바로 작가의 지도 덕분이다. 저런 슬랩스틱 코미디도 작가가 필요하냐고 생각 하겠지만 당연히 필요하다. 그래서 한 때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오락 프로그램의 대본이 유출 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라서 '아니!! 그럼 저게 리얼이 아니라 대본??'이라며 시끌시끌 하기도 했다. 물론 많은 부분은 PD와 연예인의 재능으로 간다. 그러나 어떤 프로그램이던지 작가 없으면 지도 없이 사막 나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장덕균 작가를 보면 천부적으로 타고난 천재형 인간이란 생각이 든다. 그는 천재답게 많은 사람을 돈을 벌게 해주고 먹고 살게 해줬으며 프로그램의 성공을 통해 국민에게 웃음을 선사해 면역 강화에 이바지해 의료비 지출을 일정 부문 줄여 가정과 국가의 살림살이에 한 몫을 했을 것이다.
혹시 지금 개그에 재능은 분명 있는데 직접 웃기기는 어려운 이들은 개그 작가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현재 개콘의 권재관 같은 친구는 작가로 대성 가능성이 제일 높아 보인다(이거 욕인가ㅎㅎ).
장덕균 작가는 현재 '코미디 빅리그'의 메인 작가로 활약 중이다. 그만큼 1981년부터 일 한 사람이 시대의 흐름에 밀리지 않고 오히려 선도하며 일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그렇게 세상을 잘 읽고 사람을 잘 읽는 장덕균 작가에게 직접 전화로 물었다. '혹시 의외로 뜬 사람은?' 장- "난 정말 박명수가 뜰 줄은 몰랐어. 진짜 쟤는 못 뜨겠다 싶었는데 스타가 됐어. 내가 틀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