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IT 제품이라도 애프터 서비스(AS)가 엉망이면 '나쁜 제품'이다. 그래서 제품을 구매할 때 AS가 잘 되는지 여부가 중요한 잣대가 된다. 대표적인 국내외 IT 업체인 삼성전자와 한국휴렛팩커드(HP)의 AS는 어떨까?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AS 네트워크가 촘촘한 것으로 유명한 회사이고 한국HP도 해외 업체이지만 전국적으로 AS센터를 두고 있다. 실제 두 회사의 AS를 직접 겪어보고 비교해봤다.
▶삼성, 일사천리·비용도 적게 들어
직장인 이모(47)씨는 스마트폰 '갤럭시S3'의 액정이 깨져 삼성전자 AS센터를 찾았다. 출장을 갔다가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트리면서 상단 오른쪽 액정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처럼 왕창 깨졌다. 이씨는 주변 사람들이 액정을 교체하는 데 최소 10만원 이상 들 것이라는 말에 아예 새 휴대전화로 바꿀까도 생각했지만 일단 AS센터에 가보기로 했다. 출장에서 돌아와서 찾은 삼성전자 AS센터에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예상보다 휠씬 적은 4만원에 고칠 수 있다는 것. 이유는 R급 부품 덕분이었다. R급 부품은 생산 후 검수 과정에서 하자가 발견돼 이를 고쳐 재출고한 부품이다.
AS센터 직원은 이씨에게 정상 부품인 A급으로 교체하면 12만원이 들지만 R급 부품을 쓰면 3분의 1인 4만원에 가능하다고 알려줬다. R급 부품이라서 꺼림직 했지만 하자를 수리해서 품질과 기능면에서 A급 부품과 전혀 차이가 없다는 설명에 R급으로 수리했다. 이씨는 수리한 갤럭시S3가 직원의 설명대로 이전과 다르지 않아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
이씨는 "수리비도 생각보다 적게 들고 AS에 걸린 시간도 대기하는데 걸린 15분까지 포함해 총 30분 밖에 안걸렸다"며 "역시 삼성전자가 AS는 잘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HP, 한국 상황 모르는 중국 콜센터
직장인 정모(39)씨는 구입한 지 3년 가량 된 노트북 '파빌리온 dv3'이 USB 포트가 인식되지 않는 고장을 일으켜 HP의 AS센터를 방문했다. 메인보드와 분리된 USB 포트라서 쉽게 수리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AS센터를 여러 번 방문해야 했다.
정씨는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늘 노트북을 써야 하는 상황이어서 고객센터에 토요일 수리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용산 AS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AS센터 직원은 토요일은 접수만 받고 수리는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고객센터에서 된다고 해서 왔다고 하자 "중국에 있는 콜 센터에서 전화를 받는데 한국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리를 맡기면 최소 이틀은 걸린다"고도 했다. 정씨는 할 수 없이 고장 증상만 확인하고 돌아왔다.
정씨는 2주 후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 노트북을 접수시켰다. 문제는 수리비였다. 처음에 받았던 견적에서는 6만5450원이었던 수리비가 7만2090원으로 2주 사이에 6640원이 올랐다. 이유를 묻자 '공임비가 올라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씨는 얼마 안되는 액수이지만 몇 주 사이에 비용이 올랐다는 점에 기분이 나빴지만 더 따지지 않았다.
정씨는 "큰 고장이 아니어서 하루만에 수리가 될 줄 알았는데 부품을 매번 신청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불편했다"며 "수리비도 2주 사이에 올랐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제품이 고장 나니깐 사람들이 왜 AS가 잘 되는 회사의 제품을 사는지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