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스트레스 해소법은 승리다. 한화가 개막 13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와 NC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면서 김응용(72) 한화 감독의 표정이 점점 살아났다. 18일 NC전에 앞서 취재진을 상대로 김 감독의 특유의 농담과 웃음소리가 늘어갔다.
"10분만 이야기하고 들어갈 거니깐 얼른 물어봐라."
김 감독은 전날보다 조금 늦은 오후 4시반 무렵 더그아웃으로 나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웃으며 "10분"을 말했다. 취재진들과 한참 이야기를 하다 시계를 보면서 "이제 50초 남았다"고 웃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여러 질문에 답을 했고, 유쾌한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연승 소감? 그래도 꼴찌인데 뭐."
한화 유니폼을 입고 16일 첫 승에 이어 17일엔 첫 연승까지 했다. '연승을 한 느낌은 어떤가'라는 말에 김 감독은 "그래봤자 꼴찌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팀 전력은 불안요소가 가득하고, 순위는 NC에도 뒤진 최하위다. 매 경기 투수 총력전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송진우를 현역 복귀시켜야 하나."
김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취재진들과 이야기할 때, 송진우 투수코치가 타자들을 상대로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었다. 이날 NC의 선발이 좌완 아담. 왼손 투수였던 송 코치가 배팅볼 투수로 나섰다. 김 감독은 "송진우를 다시 선수로 쓸 수 없나"라는 자조적인 농담으로 투수진이 약한 팀 전력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내일 선발? 9회 2사 후에 결정한다."
김 감독은 전날 바티스타와 이브랜드 2명을 제외하고는 고정 선발이 없다고 했다. 그는 19일 두산전 선발을 묻는 말에 "선발? 외국에서 오신 두 분 말고는 그때그때 정한다고 하지 않았나. 9회 한 타자 남기고 결정할 거다. 흐흐"라고 농 섞인 대답을 했다. 이날 한화는 선발 김광수 뒤로 쓸 수 있는 투수를 다 쓸 계획이었다. 그는 "(2경기 연투한)마무리 송창식도 던질 기회가 되면 내보내고 싶다"는 말로 승리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에서 안 던진 투수들 중에서 송진우·이대진 코치와 상의해서 선발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문희수가 하루에 2승 거둔 것도 생각나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김 감독은 "80년대 해태 때 생각난다"고 했다. 예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만큼 김 감독의 기분이 좋다는 신호다. 그는 "그땐 선수가 없어서 15명 엔트리로 야구하기도 했다. 고졸이었던 신동수, 문희수 등이 신인 때 던질 때마다 실력이 늘어갔는데 지금 한화 투수들…"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면서 한마디. "문희수가 하루(더블헤더) 2승 거둔 게 생각나네." 과거 이야기를 할 때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노감독 표정은 더욱 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