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회화’(glass painting)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캔버스 회화를 병행하는 미술가 김대관(48)이 다음달 11일까지 서울 청담동 필립강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독일에서 10년을 거주하며 할레의 부르크 기비셴쉬타인 예술대학교에서 회화과를 졸업하고 지난 2010년 귀국한 김대관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유리란 소재에 천착해 '물 위의 빛' 시리즈를 작업해온 김대관은 중세 유럽의 스테인글라스 기법을 한국적으로 변형해낸 작가다. 스테인글라스의 색감이 화려하지만 김대관 작품은 차분하면서도 투명한 색감으로 한국적 정서를 느끼게 한다.
유리회화는 유리판에 특수안료를 발라 620도의 고열에서 굽고 식힌 후 그 과정을 4~6번 반복하는 기법으로 제작된다. 유리판 두 개를 겹쳐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데 2~3개월이 걸리는 고단한 작업이지만 유리판의 색감과 미세한 선들이 옵아트적인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관객이 움직일 때 화면과 선이 변화해보일 뿐 아니라 색의 깊이가 생긴다. 김대관은 유리판을 굽는 동안 캔버스에 옅은 색감의 아크릴 물감을 100여번 붓질하며 역시 '물 위의 빛'이란 주제를 추구한다. 은은하면서도 깊은 색채가 돋보인다. 붓이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라인은 물결처럼 표현된다. 이번 전시는 100호 크기의 캔버스 회화 신작 15점을 선보인다.
유리란 재료를 통해 수면의 흐름과 그 위에서 부서지는 빛의 천변만화를 구현하고자 하는 김대관은 "외국에 오래 있다보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심했다. 자전거 타고 왔다갔다 하면서 강물의 수면에 반짝이는 빛을 보며 '내 고향에도 이런 물빛을 볼 수 있는데'라고 생각한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면서 "내 작품은 결국 그리움으로 귀결된다. 캔버스 회화 작품을 하면 붓질을 세심하게, 많이 하기 때문에 알통이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