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희(54) KBS 농구 해설위원이 원주 동부 신임 감독에 선임됐다. 동부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충희 감독과 연봉 3억원에 3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승부조작으로 구속된 강동희 감독의 공백을 스타 선수 출신인 이 감독으로 메우겠다는 생각이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슛 도사'로 불리며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최고 슈터로 이름을 알렸다.
그런데 이 감독의 부임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기존 코칭 스태프 전원이 팀에 그대로 남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영만(41)·이세범(39) 코치가 팀을 떠나지 않고 이 감독을 돕기로 했다. 트레이너와 팀 매니저도 그대로다. 신임 감독이 오면 새 코칭스태프로 물갈이되는 게 일반적인데 동부는 달랐다. 모든 구단 관계자가 그대로고 감독만 이충희로 바뀐 모양새다.
일단 이 감독은 기존 코칭스태프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2007년 이후 6년 만에 프로농구 복귀라 기존 코치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 코치진이라는 강수를 뒀다간 경험 부족으로 무너질 수 있다.
이 감독은 화려한 스타 선수 출신이지만 프로 감독 경력이 짧다. 이 감독은 창원 LG 창단 첫해인 1997-1998시즌 무명 선수들을 이끌고 정규리그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2000년 팀에서 물러난 뒤 7년간 프로무대에 오지 못했다. 2007-2008시즌에는 고양 오리온스(당시 대구 오리온스) 지휘봉을 잡았지만 한 시즌을 채 끝내지 못하고 성적 부진으로 중도 하차했다. 그래서 프로농구 감독 경력이 4년에 남짓이다. 동부 관계자는 "이 감독님도 김영만·이세범 코치진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팀 사정을 잘 알고 능력도 있기 때문에 믿고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영만·이세범 코치는 동부 선수들에게도 신뢰가 두텁다. 선수들을 꼼꼼하게 챙겨줘 선수들이 믿고 따른다. 지난 시즌 막판 팀 분위기가 어수선할 때도 선수들은 코치진을 믿고 경기에만 집중했다.
또한 팀 전력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동부라 코칭스태프 교체라는 강수를 둘 필요가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동부는 지난 시즌 승부조작 후유증으로 부진하긴 했지만 늘 꾸준한 성적을 냈다. 김주성(34)과 이승준(35)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에다가 박지현·진경석 등 알토란 같은 노장 선수들이 있어서다. 게다가 다음 시즌 중반에는 윤호영(29)·안재욱(26)이 상무에서 제대해 돌아온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상위 순위 지목이 유력하다. 다음 시즌은 2011-2012시즌 정규리그 우승 전력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이 감독 입장에서도 단단한 팀을 굳이 힘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동부 관계자는 "다음 시즌 멤버가 좋다. 2011-2012시즌 우승 멤버에다가 신인까지 합류한다. 이 감독도 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길 바라는 눈치다. 이 감독이 추구하는 '수비 농구'와도 팀 분위기가 잘 맞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