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만(30·삼성)이 자신의 오른 팔꿈치를 가리킨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의사들은 "성공률 90% 이상"이라고 한다. 반면 프로구단 트레이너들은 "목표를 통증 제거에 둔다면 그 정도 된다. 하지만 '예전 구위 회복'을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했다.
병원을 찾는 투수들의 40%가 '뼛조각으로 인한 통증'을 호소한다. 전문 용어로 주관절 충돌 증후군. 팔꿈치를 구성하는 관절 사이에 뼛조각이 생기는 증상이다. 사람의 팔로 시속 140㎞ 이상의 공을 던지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이다. 그 일을 반복하는 사이 팔꿈치 인대가 늘어나고, 팔꿈치 뼈를 보호하는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 뼈끼리 충돌하는 일이 생기고, 뼈와 뼈 사이에 뼛조각이 생긴다. 당연히 상당한 통증을 유발한다. 뼛조각을 제거하면 통증은 사라진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안지만은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송은범(29·SK)과 만나 팔꿈치 뼛조각 수술에 대해 이야기했다. 안지만은 지난해 11월, 송은범은 2011년 11월에 같은 수술을 받았다. '재활 선배' 송은범은 "형, 서두르지 마세요. 오래 걸려도 시간을 두고 재활해야 합니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하지만 완전히 회복하는 게 쉽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송은범의 조언을 듣는 안지만은 속으로 "나는 재활을 잘하고 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실제로 안지만은 재활에 속도를 붙였고, 예정보다 한달 여 빠른 3월30일 개막전 1군에 진입했다. 삼성 코치진은 "100%는 아니지만 1군에서 공을 던지며 몸을 만들면 곧 구위를 되찾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현욱(35)의 FA(프리 에이전트) 이적, 권오준(33)의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공백 등 헐거워진 불펜도 안지만의 복귀를 당긴 이유가 됐다.
한달이 지났다. 안지만은 "그땐 흘려들었다"며 "은범이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안지만은 4월29일 현재 8경기에 등판해 7⅔이닝 7피안타 4실점,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4.70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56경기 1승2패 28홀드, 평균자책점 1.71의 성적과는 판이하다.
안지만은 "투수들이 안 좋을 때 흔히 '공이 안 간다'고 한다. 지금 내가 그렇다"고 털어놨다. 안지만은 직구 구속을 140㎞대 중반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그는 "타자들에게 맞는다. '볼끝'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내가 느끼기에도 공에 힘이 덜 실린다"고 설명했다.
송은범은 "공을 충분히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나도 지난해 시즌 초반에 비슷한 느낌이었다. 보통 캠프 때 2000여 개의 공을 던진다. 그런데 수술과 재활 후 전력으로 200개 정도의 공을 던진 뒤 1군에 합류했다. 팔이 던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을 던졌다. 지만이 형도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전해들은 안지만은 "맞다. 나는 100개 정도 전력투구하고 시즌을 시작했다. 내 팔이 알아서 '안 아프게 던지는, 위축된 동작'을 취하더라. 힘이 좀 붙었을 때도 예전 내 투구폼을 찾기 어려웠다. 바로 1군 경기를 뛰어야 하기 때문에 경기 전에 많은 공을 던질 수도 없다. 그래서 회복까지 더 오래 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젠 좀 나아졌다. 경기 전에 몇 개라도 공을 힘껏 뿌려본다. 조금씩 자리를 찾는 것 같"고 말하면서도 "은범이가 확인해주면 좋겠다. 정말 좋아진 건지"라고 말했다.
송은범은 "4월 초보다는 공이 좋아졌더라. 하지만 '진짜 지만이 형의 공'은 더 좋다. 아마 형도 '예전 공을 못 던지면 어쩌나'라는 걱정을 할 것 같다. 무리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시간을 앞당기는 것도 한계가 있다. 같은 수술을 받은 다른 투수들도 길게는 1년까지 걸리지 않았나. 지금까지는 무척 성공적으로 보인다. 천천히 더 완벽하게 재활을 마쳤으면 한다"고 덕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