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50) KIA 감독이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애제자에 대한 애정이 깃든 한 마디였다.
선동열 감독은 15일 광주 SK전에 앞서 오는 19일 잠실 LG전 선발로 김진우(30)가 나간다고 밝혔다. 그는 "(김진우 말고) 던질 투수가 있나? 순서대로 간다. 다른 팀을 신경 쓸 일이 뭐가 있겠나"라며 예상대로 '김진우 카드'를 뽑았다.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시절 자웅을 겨뤘던 류제국(30·LG)과의 선발 맞대결이 성사됐다. LG는 이날 오전 19일 열리는 KIA전에 프로야구 1군 데뷔전을 치르게 되는 류제국이 선발로 나간다고 일찌감치 로테이션을 발표했다.
두 선수는 2000년 봉황대기에서 한 차례 맞붙은 적이 있다. 당시 김진우는 모교인 진흥고의 우승을 이끌며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반면 덕수상고(현 덕수고) 에이스 류제국은 이듬해 청룡기를 품에 안았지만 두 선수간의 맞대결은 봉황대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 류제국은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고, 김진우는 당시 고교 신인 최고 계약금(7억원)을 받고 KIA에 입단했다. 고교 졸업 후 진로는 달랐다. 그리고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은 후 두 선수의 맞대결이 13년 만에 성사됐다. '라이벌 매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선 감독은 이번 맞대결을 '라이벌'로 칭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그는 "프로에 와서 성적이 하나도 없는 선수가 무슨 라이벌인가. 신인이나 다름없는데 라이벌이라고 하는 게 문제 아닌가"라며 취재진에게 반문했다. 실제 김진우는 2007년 후 3년 동안 방황을 하며 1군 기록이 없었지만 지난해 10승5패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올 시즌에는 3승2패 평균자책점 2.75를 올리며 KIA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류제국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8경기에 등판해 1승3패 평균자책점 7.49의 부진한 성적을 남긴 채 2010년 복귀했다. 지난해 10월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쳤고, LG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2군에서 5경기에 나와 1승1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한 게 국내 기록의 전부다. 김진우와의 적지 않은 격차가 있다. 선 감독은 지적한 것도 이 부분이었다.
맞대결의 주인공인 김진우는 부담 없이 승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그냥 상대팀 선발 투수라고 생각한다"며 "고등학교 때 같이 뛰었고, 친분이 있지만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둘 다 잘했으면 좋겠다. 맞붙었을 때는 내가 이겨야 하지만 따로 했을 때는 서로 잘했으면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