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투수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대구 상원고 이수민(18·3년)은 '혹사'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 나는 200개도 거뜬히 던질 수 있다. 주위에서 혹사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수민은 올해 7경기에서 63⅓이닝을 소화하며 974개의 공을 뿌렸다. 지난 1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북일고와의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는 9⅔이닝 동안 178개의 공을 던지면서 고교야구 투수 혹사 논란에 불씨를 당겼다. 미국 CBS스포츠는 21일(한국시간) 인터넷판을 통해 '한 경기 평균 공 139개를 던진 한국 고교 투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200개도 던질 수 있다"이수민은 혹사 논란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는 "지금 몸 상태로는 200개도 거뜬히 던질 수 있다. 그만큼 관리를 해주고 있고, 시즌을 위해 겨우내 필요한 만큼의 몸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수민은 지난해 팀의 불펜으로 활약하다 올 시즌 선발로 보직을 변경했다. 작년 경기당 평균 투구수는 70~80개. 불펜 투수치고는 많은 투구였다. 이수민은 "3학년이 되면 선발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작년부터 서서히 투구수를 늘려가면서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과 기술훈련에 몰두했다. 시즌이 시작돼서는 등판 주기에 맞춰 대구 세명병원 재활센터에 다니며 근력 강화 훈련과 함께 어깨 관리를 받고 있다. 이수민은 "감독님이 항상 스케줄에 맞춰 몸 관리에 신경을 써 주신다"면서 "많은 분들이 공을 많이 던지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냐고 물으시는데 지금 던질 수 있을 만큼 던져놔야 어깨가 더 강해지고 단련이 된다는 생각을 한다. 적게 던지는 버릇을 들이면 결국 프로에 가서도 많이 던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광현 대구 세명병원 재활센터 소장은 "(이)수민이가 4~6일의 주기로 등판을 한다고 보면 그 중간에 어깨 근력 강화 훈련을 적게는 2번, 많게는 4번까지 한다. 테스트를 해본 결과 근력과 근지구력도 평균 이상의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연성도 좋다. 지금의 투구수는 선수에게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200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몇 개를 던지느냐보다 얼마만큼의 관리를 해주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영진 상원고 감독은 "아픈 선수를 마운드에 올리거나 선수가 더 이상 던질 수 없다고 하는데도 계속 던지게 하는 것을 '혹사'라고 표현하는 것"이라면서 "현재 수민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공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계투구수란 존재하는가고교야구 투수 혹사 논란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고교 선수들이 한 경기에서 150개 이상 던지는 것은 무리가 된다. 당장은 무리가 없어 보여도 후유증이 생긴다. 경기당 한계투구수를 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윤석환 본지 해설위원은 "공통적인 한계투구수를 정하는 것조차 무리"라고 했다. 그는 "사람에 따라 갖고 있는 능력치가 다르다. 어떤 폼으로, 어떤 방법으로 던지느냐가 선수 몸에 영향을 미칠뿐이다. 제대로 된 폼과 방법으로 던진다면 무리는 없다"고 했다.
지난 20일 일본의 춘계 고교 고시엔 관동대회에서는 도쿄학원 마쓰이 히로키(18·3년)가 연장 12회까지 168개의 공을 던졌다. 성적은 6피안타 18탈삼진 3실점. 일본 언론은 일제히 '메가급 괴물이 나타났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쓰이는 여름 고시엔 출전까지 필요한 7경기를 모두 혼자 던지겠다는 각오가 돼있다고 했다. 노로 마사유키 도쿄학원 감독은 "마쓰이는 이번 겨우내 훈련을 통해 여름에 연투를 할 수 있을 만큼의 강한 어깨를 만들어뒀다"고 전했다. 어깨 단련을 통해 개인이 소화할 수 있는 투구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류광현 소장은 한계투구수를 정하기 이전에 선수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몸 상태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투수들이 공을 던질 때 사용하는 4개의 어깨 회전근개와 날개뼈 주위 근육들의 조화가 잘 이뤄진다면 300~500개를 던져도 괜찮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차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전했다.
김유정 기자 kyj7658@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