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놀랐다. 하지만 김성근(71) 고양 원더스 감독은 '허허' 웃기만 했다. 그리고 진지해졌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10명을 프로에 보낸다고 생각했어.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었거든. 50%에 도달했네."
고양은 25일 오전 "원더스 소속 5명의 선수가 프로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시즌 초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소속한 기존 구단들이 고양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충분한 논의가 오갔고, 5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프로 입단을 확정했다. 투수 김용성(25)과 포수 이승재(31), 외야수 윤병호(24)·이원재(24)는 제9구단 NC로 향한다. 외야수 송주호(25)는 한화에 입단한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에 프로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선수가 시간이 지난 뒤, 프로 구단에 입단했다.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재와 윤병호, 이원재는 고양 원더스의 창단 멤버다. 이승재는 2006년 롯데에 입단했지만 2011년 시즌 종료 후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해 겨울, 한국 최초의 독립팀 고양 원더스가 창단했고 이승재는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그리고 고향 마산을 연고로 하는 9구단 NC 유니폼을 입는다. 윤병호와 이원재는 각각 세광고와 호원대를 졸업한 뒤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했다. 2011년 11월 트라이아웃을 통해 고양에 입단한 이들은 꿈꾸던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고된 훈련을 잘 견뎌준 선수들이 고맙다. 고생하고, 노력한 만큼 프로에서도 제 몫을 할 거라 믿는다. 응원하겠다"라고 격려했다.
김용성과 송주호는 '원더스 2기'다. 2006년 두산에 2차 1라운드에 지명된 우완 김용성은 어깨 부상을 극복하지 못했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그는 지난해 말 고양에 입단했다. 올 해 퓨처스(2군)리그 팀과의 경기에서 4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2.18로 활약하자, 기존 구단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투좌타 외야수 송주호도 프로 경력(2007~2009년, 삼성)이 있다. 김용성과 함께 원더스 2기로 합류해 올 시즌 11경기 39타수 12안타(타율 0.308) 9타점 7득점을 기록했다.
고양은 프로에 지명받지 못하거나, 방출된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한 구단이다. 지난해 이희성·김영관(이상 LG), 강하승(KIA), 안태영(넥센), 홍재용(두산)등 5명이 프로에 입단하며 독립구단의 존재 가치를 더 키웠다. 이제 고양의 존재감은 더 묵직해졌다.
김성근 감독은 "구단에는 미안한 마음이 있다. 고양만 생각하면 주축 선수 5명이 동시에 빠진다. 주전 외야수 3명을 한꺼번에 내보내고 경기할 생각을 하니, 나도 막막하다. 하지만 우린 또 새로운 선수와 함께 도전하면 된다. 그래서 어제 밤 10시 반까지 훈련했다.(웃음) 고양 원더스는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5명을 프로로 보내겠다"라고 목표를 세웠다.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현실이 됐다. 5명의 선수가 프로에 추가 입단한 올해, 김성근 감독과 원더스는 '10명'을 생각한다. 실제로 기존 구단의 스카우트들은 고양 야구국가대표훈련장을 자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