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용 판유리제조업체인 KCC와 한국유리공업이 수 차례 가격을 담합해오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10일 건축용 판유리 가격을 담합한 KCC와 한국유리에 각각 224억5400만원, 159억6900만원 등 총 총 384억2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영업담당 임원 모임 등을 통해 2006년 11월부터 2009년 4월까지 건축용 판유리(투명, 그린 제품)의 가격을 총 4차례에 걸쳐 10~15%씩 인상했다.
실제로 이 기간 KCC의 경우, 투명 5mm, 6mm 제품의 ㎡당 평균가격은 담합 이전 3413원선에서 5512원으로 62% 가량 상승했고, 그린 5mm, 6mm 제품의 ㎡당 평균가격은 3582원에서 6187원으로 73% 가량 올랐다.
국내 판유리 시장은 KCC와 한국유리의 시장점유율이 80%에 달하는 데다 제품 간 차이가 거의 없어 한 업체가 단독으로 가격을 올릴 경우, 다른 업체로 매출이 쏠리면서 가격을 올린 업체는 매출이 감소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난 20여년 간 국내 판유리 시장을 사실상 양분해온 두 회사는 임원끼리 따로 만나 가격을 사전에 맞추면서 국내 판유리 가격이 대폭 인상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특히 두 회사는 공정위로부터 담합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전용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치밀하게 담합을 진행했으며 대표이사, 전무 등 회사의 고위 임원이 직접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두 회사는 2008년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담합관련 내용이 담긴 문서들을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전부 삭제하고, 이후 담합에 관한 보고는 모두 구두로 처리하는 등 담합사실을 은폐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와 별도로 KCC와 한국유리 및 담합에 직접 관여한 양사 고위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사실상 20여년간 두 회사가 과점해오던 국내 판유리 시장에서의 담합 고리를 완전히 단절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국내 판유리 업체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2011년 기준 국내 건축용 판유리 업체별 시장점유율은 전체 판매량 137만6000t 중 KCC가 45만2000t으로 33%, 한국유리가 56만3000t으로 41%, 수입이 36만t으로 2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형구 기자 nin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