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여걸식스(07)'·'청춘불패(12)'와 SBS '골드미스가 간다(10)'·'영웅호걸(11)' 등 여자 중심의 예능프로그램들이 온데간데 없다. 지난 3월 종영한 MBC '토크클럽 여배우들' 이후로 사실상 여자 예능의 명맥이 끊어졌다.
이런 분위기는 여자 예능인의 실종사태도 동반했다. 예능에서 남성MC와 톱을 겨룰 수 있는 여자 예능인의 마지막 주자는 이효리. 2009년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이효리가 SBS '패밀리가 떴다' 시즌1으로 유재석과 함께 대상을 수상한 이후 지상파 연예대상 시상식의 대상은 남자 예능인이 다 가져갔다. 여자 예능프로그램 실종사태는 왜 벌어졌을까.
▶여자 예능인은 가뭄에 콩나듯
최근 '대박' 예능의 공통점은 남자 출연진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평일 예능과 주말 예능으로 나눴을 때 더 확실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MBC '라디오스타'·'나 혼자 산다'는 남자 멤버들로만 구성돼 있다. KBS 2TV '안녕하세요'·'해피투게더'와 SBS '화신'·'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는 남자 MC의 비율이 여자 MC 보다 절대적으로 많다. 여자 MC의 역할도 남자 보다 크지 않다. 여자 출연자는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남자 MC 옆에서 양념 역할을 하는 게 전부다. 이런 이유로 화제성과 주목도도 남자 MC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주말 인기 예능도 마찬가지다. '대세' 예능인 MBC '아빠! 어디가?'·'진짜 사나이'·'무한도전', KBS 2TV '1박2일'·'출발 드림팀'은 100% 남자 멤버로만 이뤄져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포맷과 컨셉트 자체가 남자 출연자에게 맞춰져있어 새로운 여자 출연자가 끼어들 자리도 없다. SBS '맨발의 친구들'은 8명의 출연진 중 여자 출연자는 유이가 유일하고, '런닝맨'도 송지효를 제외하고는 전원 남자 출연자다. KBS 2TV '불후의 명곡'의 경우도 신동엽·정재형·문희준 등 세 명의 남자 MC들이 진행을 맡고, JTBC '히든싱어'는 전현무가 단독 MC를 맡고 있다.
▶여자 예능 실종 왜
여자 중심 예능프로그램의 실종은 야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1박2일' 시즌1이 인기 상승세와 맞물린다. '1박2일'류의 야생 버라이어티와 '생고생'이 예능의 트렌드가 되면서 여자 예능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강한체력을 보여주는 극기훈련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여자 예능인에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여자 예능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예능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처럼 센 예능은 기본적으로 멤버들이 단체로 밖에서 자고 생활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이런 부분을 여자 연예인이 소화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남자 예능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프로그램을 도맡아 이끌고 갈만한 톱클래스 여자 예능인의 부재도 여자 예능프로그램이 사라진 결정적인 이유다. 현재 메인 MC를 맡는 여자 예능인은 박미선·이영자·이경실 등이 손에 꼽힌다. 하지만 이들에게 유재석·강호동과 같은 '예능1인자'의 타이틀은 주어지지 않는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뒤 MC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메인 MC를 먼저 뽑고 해당 MC의 강점과 이미지에 맞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때 MC로 거론되는 건 유재석·강호동·김구라·전현무·김성주 등 남자 예능인 밖에 없다. 캐스팅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여자 예능인을 뽑는 경우는 있지만 메인급으로 기획 전 거론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만큼 돋보이는 활약을 하는 전문 여자 예능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여자 아나테이너의 미미한 활동도 문제다. 2000년 후반엔 강수정·박지윤·노현정 아나운서 등 예능감을 가진 아나운서들이 뉴스 보다 예능 출연을 더 자주 했다. 아나테이너(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라는 용어가 탄생할 만큼 이들의 활약은 돋보였다.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 뿐만 아니라 망가지는 역할까지 거침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아나테이너로 거론되는 여자 아나운서 조차 없다. 방송 관계자는 "남성 출연자 중심의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여자 아나테이너의 역할이 불필요해졌다. 여자 아나테이너를 필요로한 컨셉트의 예능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제2의 노현정' '제2의 강수정'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활약도가 낮을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