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투수만 만나면 쪼그라들고 있다. '위기의 남자' 추신수(31·신시내티)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추신수는 2일(한국시간)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홈 경기에 2번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장했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왼손 투수인 선발 마이크 킥햄(25)와 불펜 호세 미하레스(29)에게 합계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 시즌 추신수의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은 0.143(98타수 14안타)까지 떨어졌다.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0.323·201타수 65안타)과 비교했을 때 2할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극심한 좌우 불균형이다.
◇'FA 시장에도 영향'
이날 미국 FOX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켄 로젠탈은 반쪽짜리 선수로 전락한 추신수를 꼬집었다. 개막 후 언론을 통해 추신수의 성적이 비판 받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로젠탈은 '또다른 안드레 이디어인가'라며 '추신수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2일 경기 전까지) 타율 0.147, OPS(출루율+장타율)는 0.490에 불과하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7번째로 좋지 않은 기록'이라고 지적했다.
류현진의 팀 동료이자 추신수와 같은 좌타자인 이디어(31·LA 다저스)는 리그에서 대표적인 '반쪽 선수'로 꼽힌다. 빅리그 8년 통산 우완 상대 타율이 0.308이지만 좌완 상대 타율은 0.237에 불과하다. OPS는 오른손(0.904)과 왼손(0.644)의 격차가 더 크다.
추신수도 비슷하다. 올 시즌 기록한 12개의 홈런을 모두 오른손 투수에게서 뽑아냈다. 반면 왼손 투수에게는 2루타 3개를 때리는 데 그치고 있다. 우완 상대 장타율이 0.587인 반면 좌완은 ⅓수준인 0.173다. 로젠탈은 '그의 분할된 성적이 FA 시장에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신수는 올 시즌 종료 후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을 얻는다.
◇백약이 무효한 상황
최근 더스티 베이커(63) 신시내티 감독은 주로 1번타자로 나섰던 추신수를 상대 왼손 선발 때 2번 타순에 배치시키는 횟수를 늘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며 "3번 타순에 간판타자인 조이 보토가 나오기 때문에 상대 투수가 2번 타순을 피할 수 없다. 이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2번 타순에 들어선 7경기에서 타율 0.115(22타수 3안타)에 그치고 있다. 출루율도 0.259에 불과하다. 처방이 통하지 않는 셈이다.
ESPN이 제공하는 타자별 핫존(투구 중 어느 코스에서 타율이 좋은지를 나타낸 그래픽)을 보면 추신수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몸쪽에 약점을 지니고 있다. 추신수는 2011년 6월 왼손 투수 조나단 산체스(31·현 LA 다저스)의 투구에 왼 엄지를 맞고 골절된 후 줄곧 몸쪽이 취약한 코스로 분류됐다. 때문에 상대 투수들도 집요하게 몸쪽을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2011시즌 이후 좌완 상대 타율이 꾸준히 하락했다. 올 시즌 왼손 투수로부터 몸에 맞는 볼이 8개(오른손 투수는 12개)나 나온 것도 비슷한 이유다.
송재우 위원은 "최근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컨디션이 나쁘거나, 스윙 스피드가 떨어지는 등의 기술적인 문제는 없어 보인다. 올해 리그를 바꾼(아메리칸리그 클리블랜드→내셔널리그 신시내티) 여파로 처음 상대해보는 왼손 투수들이 많은 것도 성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