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유망주 정현(17·삼일공고)이 윔블던 테니스대회 주니어 남자단식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결승전에 올랐다.
주니어 세계랭킹 41위인 정현은 5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주니어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주니어 30위 막시밀리안 마르테레르(18·독일)를 2-1(6-7, 6-1, 6-3)로 꺾고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정현은 16강전에서는 주니어 세계 랭킹 1위 닉 키르기오스(호주)를 이기며 파란을 일으켰다. 한국 남자 주니어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바라보게 됐다. 지금까지 한국 선수의 메이저 대회 주니어 단식 최고 성적은 1994년 윔블던(전미라), 1995년 호주오픈(이종민), 2005년 호주오픈(김선용)의 준우승이었다.
정현은 경기 초반 마르테레르의 강서브에 고전했다. 마르테레르는 1세트 4-4로 팽팽할 때 서브로만 포인트를 따내 5-4로 앞서나갔다. 지구력이 좋은 정현은 랠리를 길게 끄는 전술로 마르테레르의 실수를 이끌어내며 6-6 동점을 만들었으나,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1세트를 내줬다. 그러나 2세트는 정현이 압도했다. 정현은 강력한 스트로크로 마르테레르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한 게임만 주고 2세트를 가져왔다. 3세트에서도 정현이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마르테레르는 지친듯 발이 느려졌지만, 정현은 뒷심을 발휘해 3세트를 따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윤용일(40) 삼성증권 코치는 "상대 서브가 강해서 처음에는 고전했지만, 정현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정현이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좋아서 우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결승 상대는 주니어 세계랭킹 7위 잔루이지 퀸치(17·이탈리아)로 대회 마지막날인 7일 저녁에 열린다.
정현은 테니스 공과 함께 자랐다. 아버지 정석진씨(47)는 대한항공에서 실업 테니스선수로 뛰었고, 현재는 모교인 삼일공고에서 테니스를 가르치고 있다. 형 정홍(20)도 건국대 테니스 선수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정현은 아버지와 형을 보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테니스에 입문했다.
정현이 제2의 이형택으로 주목을 받는 건 2011년 말이다. 테니스 스타의 산실인 미국 오렌지 보울 국제 주니어대회 16세 단식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우승했다. 2012년 6월 독일 오펜바흐 국제주니어 테니스대회(G1) 단식, 11월 이덕희배 춘천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에서 남자 단식 정상에 오르며 주니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정현은 올해부터 삼성증권의 후원을 받아 시니어에 입문하자마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달 경북 김천에서 열린 국제퓨처스 대회 단식에서 한국 선수 중 역대 최연소(17세1개월) 퓨처스 단식 우승 기록을 세웠다. 서울 국제 1·2차 대회에서 연속 4강에 올랐다. 현재 남자프로테니스(ATP) 랭킹은 514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