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해요. (이)병규가 편안하게 쳐서 신기록을 달성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의 기록이 세워졌다. 종전 최다 연타석 안타 기록이었던 '9'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연타석 안타 타이 기록을 갖고있던 김민재 두산 수비코치(40)는 "(이)병규는 좋은 타자다. 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타격에 집중한다면 10연타석 안타 신기록도 무난하게 달성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병규(9번·39)는 지난 9일 잠실 NC전에서 4타수 4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김민재 코치가 SK에서 현역 시절(2004년 9월16일~19일)세운 9연타석 안타와 타이를 이뤘다. 이튿날에는 팀이 0-1로 뒤지던 2회 말 선두 타석에 들어 서 상대 선발 손민한의 초구 시속 120㎞ 높은 커브를 우전안타로 연결했다. 10연타석 안타 기록이 쓰여진 순간이었다.
9년여 만에 새롭게 쓰여진 기록. 김 코치는 이튿날 신문을 통해 이병규의 타이 달성 소식을 접했다고 했다. 10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숙소에서 집을 꾸리던 중이었다는 그는 "병규가 신기록을 세워도 전혀 서운하지 않다. 야구는 기록이 경신되면서 발전하는 것 아니겠는가. 정말 축하하고 싶다. 다만, 우리 두산 선수들이 세웠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11, 12 연타석 안타는 두산에서 나왔으면 한다"며 웃었다.
처음 9연타석 안타를 쳤던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한화전었는데, 내가 선두타자로 나서서 중전안타를 쳤다. 8연타석 안타를 작성할 때만해도 전광판을 보고 알 정도로 기록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9, 10연타석 때는 은근히 기록이 신경쓰이더라. 10번째 타석에서는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옆으로 빠지며 범타로 물러났다"고 떠올렸다.
연일 기록을 작성하고 있는 후배를 위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김 코치는 "나는 운이 많이 따른 편이었다. 원래 4연타석 때 보내기 번트를 댔는데, 이게 안타로 인정되는 바람에 신기록을 세웠다. 9타수 9안타는 실력 못지 않게 운도 따라야 한다"며 "반면 병규는 9개 모두 진짜 잘 쳤다. 적지 않은 나이인데 날마다 활약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연타석 안타를 쳐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편하게 타격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