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은 13일 부산과의 K리그 클래식 원정 경기에서 헤딩골을 넣어 7경기 연속골을 이어갔다. 과거 안정환이 1999년 부산 소속일 때 기록한 7경기 연속골과 타이 기록이다. 이 부문 역대 최고 기록은 황선홍(95년 포항), 김도훈(2000년 전북)의 8경기 연속골이다. 이동국은 16일 대전과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 연속골 타이, 31일 대구와 경기서도 넣으면 신기록이다.
이동국이 아직 종전 최고기록을 깬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동국의 이번 기록 행진에는 특별한 부분이 있다.
▶전매특허 발리슛
이동국은 7경기 연속골 과정에서 트레이드 마크인 발리슛으로 2골을 기록했다. 기록 행진 과정에서 그림 같은 슛으로 만점 팬서비스까지 제공한 셈이다.
지난달 26일 수원전이 백미였다. 이동국은 수비수 곽희주를 등진 상태에서 케빈의 헤딩 패스를 왼발 터닝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지난 7일 선두 포항과 경기에서는 이승기의 크로스를 뒷걸음질 치는 어려운 자세에서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올 시즌 이동국의 리그 12골 중 3골이 발리슛이다.
이동국은 "세계적인 공격수들은 논스톱 슈팅이 많더라. 어릴 때부터 어려운 자세에서도 논스톱 슈팅을 때리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위치에서 슈팅을 때리면 어디쯤 골대가 있겠다고 예측해 골대를 보지 않고 지체 없이 슈팅을 한다"고 설명했다.
▶순도 100% 필드골
이동국은 최근 7경기에서 9골을 넣었다. 이 중 페널티킥 골은 없다. 황선홍이 기록을 달성할 때는 네 번째 경기(전북전 1골)에서 페널티킥 골을 넣었다. 2000년 김도훈도 두 번째 경기(대전전 3골)와 세 번째 경기(포항전 1골)에서 페널티킥 골을 기록했다. 황선홍과 김도훈은 페널티킥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기록을 이어가지 못할 뻔했다.
이동국의 기록을 보면 왼발로 넣은 골이 가장 많다는 것도 흥미롭다. 연속골 행진을 이어갈 당시 황선홍은 10골 중 5골, 김도훈은 11골 중 7골을 자신이 주로 쓰는 오른발로 넣었다. 하지만 이동국은 왼발로 넣은 골이 4골로 오른발(3골), 헤딩(2골)보다 많다. 지난달 30일 경남전에서 넣은 2골은 모두 왼발에서 나왔다. 상대 수비수 입장에선 언제 어떻게 골이 터질지 몰라 당황스럽다.
▶체력적, 정신적 부담감이 달랐다
이동국은 5월 11일 전남, 5월 26일 강원을 상대로 연속골을 터트린 후 대표팀에 소집됐다. 그리고 2014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3연전을 모두 소화했다. 레바논전에서는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쳐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에서 소속팀으로 돌아온 이후 매주 2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이어왔다.
황선홍과 김도훈이 기록을 세울 때는 월드컵 예선 시기가 아니었다. 또 황선홍은 중간에 1경기를 몸관리 차원에서 빠졌다. 대표팀에 차출돼 극심한 부담감 속에서 지내고 돌아온 이동국의 기록이 돋보이는 이유다.